안철수 '바른정당 통합' 실패 가능성... 또 다시 '간철수' 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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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바른정당 통합' 실패 가능성... 또 다시 '간철수' 오명?
  • 성기노
  • 승인 2017.10.24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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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 통합 논의가 사실상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평소 소극적인 스타일과 달리 이번에 적극적으로 몸을 던져 통합을 추진했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10월 24일 “국정감사가 지나고 나면 한번 논의해보자고 했던 게 다다”라며 슬며시 발을 빼고 있다.


불과 며칠 전까지 양당 통합을 “영.호남 지역주의 타파라는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없던 일”이라며 통합에 힘을 싣다가 뒤로 물러선 셈이다. 안 대표는 “정책연대는 지금 이뤄지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선거연대까지도 한번 시도해보자 그런 뜻”이라며 통합보다 낮은 연대론을 언급하는 선에서 그쳤다.


김동철 원내대표도 이날 “지금은 바른정당과 통합을 얘기할 때가 아니라는 데 중진 의원들이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안 대표도 당 내외 상황을 충분히 알고 있어서 동의했다”고 밝혔다. 안 대표도 “김 원내대표와 내가 어제 식사하면서 논의한 내용”이라며 이를 확인했다. 이날 중진 조찬 회동에는 조배숙 주승용 박준영 이찬열 의원이 참석했다.


최근까지 ‘11월 양당 공론화→12월 통합→내년 6월 지방선거’ 로드맵까지도 그려보였던 ‘통합추진파’ 의원들도 발을 빼는 모양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의원 모임인 국민통합포럼을 주도하고 있는 이언주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기대가 큰 만큼 (통합) 작업도 신중하게, 공동의 가치를 하나씩 찾아가면서 숨고르기를 하며 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밀어붙이는 식으로 진행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통합 논의는 애초에 무리였다”면서 “정책연대부터 타진하는 것이었는데, 외부로 알려지면서 ‘통합을 위한 물밑 작업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 드라이브를 걸었던 안 대표 리더십에는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정치권에서는 안철수 대표를 두고 '간철수'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추진력과 결단력이 부족해 큰 일을 하면서 '간만 보다가' 중도포기하거나 일이 흐지부지 되는 것을 비꼬는 말이다. 이번 통합 사태도 '간철수'라는 비아냥이 나오게 생겼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박지원 전 대표의 '탈당' 으름장이 먹힌 형국이다. 정동영 의원 등 호남중진들이 잇따라 통합 반대 압박을 가하자 일단 봉합 수순을 밟고 있다. 국민의당은 지역구 의원 27명 가운데 23명이 호남 지역구일 정도로 지역 비중이 절대적이다.


박지원 ·천정배 정동영 의원 등 호남을 기반으로 한 전직 대표(급) 의원들은 통합 논의가 초반부터 강하게 반대해왔고, ‘조건부 찬성’ 입장을 잠깐 내비치던 다른 호남 의원들도 날이 갈수록 반대로 속속 돌아섰다.


사실 이런 미지근한 결말은 이미 예견됐던 바다. 안 대표가 혼자 통합 나팔을 불고 다녔기 때문이다. 당원과 국민의 목소리는 담아내지 못했다. '국민이 중심이 되는 당'에 국민은 빠진 채 안철수 혼자만 떠들고 다닌 셈이 됐다.


양당 통합론은 부상부터 물 건너가는 상황까지 불과 며칠밖에 걸리지 않았다. 근본적으로는 양당의 정체성과 지역 기반이 확연히 다른 데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특히 국민의당에서 통합론 목소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호남 출신 의원들과 지역의 반발 분위기는 더욱 강하게 분출됐다.


안 대표가 호남뿌리 정당의 본분을 망각하고 위험수위를 넘어서 좌절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국민의당은 미우나 고우나 호남 기반 정당이다. 이번에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며 햇볕정책을 폐기할 용의까지 있다는 말까지 흘러 나오면서 안 대표는 호남에 완전히 찍혔다. 감히 건드려서는 안 되는 '김대중'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호남의 반발과 역풍이 내년 지방선거에까지 미칠 가능성이 커지자 서둘러 발을 뺀 것이다.





며칠 사이 당에 분란만 일으킨 안 대표의 리더십은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대다수 의원은 물론 중진들조차 실시 자체를 몰랐던 국민정책연구원의 ‘비밀 여론조사’와 그 과정에서 보여준 소통 부재 등이 비판의 도마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통합론을 키우느라 바른정당과 유승민 의원 등에게 시종일관 구애하듯 ‘저자세’로 임했다는 점도 의원들의 반발을 살 것으로 보인다.


당초 통합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25일 열기로 한 국민의당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와 의원총회에서는 일부 의원들의 안 대표에 대한 성토도 예상된다. 이상돈 의원은 전날 tbs 라디오에서 “멀쩡한 당이 풍파에 휩싸였는데, 국감이 끝나면 상당수 의원이 ‘안철수 체제로는 더 갈 수가 없다’는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번 해프닝으로 '양치기 소년'이 돼 간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이제 안 대표가 무슨 말을 해도, 어떤 일을 추진해도 그 강력한 의지를 의심받게 됐다. 리더로서는 치명타다. 무엇을 추진해도, '저러다 말겠지'라는 말이 나올 수 있다. 이번에도 미지근한 추진력만 드러내며, 강인한 야당 지도자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는 실패한 셈이다.


그나마 반짝효과가 있었다면 '안철수가 보수정당으로 넘어올 수도 있겠다'라는 여지를 남겨놓았다는 점이다. 보수층은 대선주자 기근현상과 경쟁력 부족을 겪고 있다. 이 판에 안철수를 끼워넣어 다른 주자들의 활동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메기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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