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을 사람 총점 연필로 적어놔”...공공기관 채용비리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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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을 사람 총점 연필로 적어놔”...공공기관 채용비리 실태
  • 임석우
  • 승인 2017.10.25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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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업준비생들에게 채용 특혜 비리는 언제나 힘이 빠지게 하는 뉴스다.



취업난과 빈부격차가 심해지면서 가장 안타까운 뉴스는 바로 공개채용 특혜 비리다. 성실하게, 열심히 취업준비를 한 사람에게 얼마나 큰 박탈감과 상실감을 안겨주는지 경험안해 본 사람은 모를 것이다. 공채 특혜 비리는 불공정한 부의 세습도 부추긴다. 부자들끼리 부정한 방법으로 그들의 부를 유지해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또 공채 특혜 비리 보도가 터져나왔다. 감사원은 지난달 53개 공공기관의 채용 실태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감사원이 채용 과정에서 청탁 등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기관은 모두 12곳이었다. 채용 과정에 문제가 제기된 부정채용 당사자들은 34명이었다. 


최근 국민일보는 문제 기관에 부정채용 문제를 확인해 보도했다. 부정채용자 34명 가운데 28명이 여전히 해당 직장에 근무 중이었다고 한다. 5명은 감사원 감사를 전후해 ‘일신상의 사유’를 들어 직장을 그만뒀고, 나머지 1명은 계약기간이 종료됐다. 하지만 감사원 지적을 받은 12개 기관이 부정 채용자 합격을 취소한 경우는 없었다. 



▲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2015년 4월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통해 합격한 직원의 면접평가표. 평가 항목 중 태도 평가의견(붉은 원)에 `호감형으로 태도, 건강, 인상이 좋음`이라고 적혀 있다. 오른쪽은 올해 3월 진흥원 면접에서 탈락한 지원자의 면접평가표. 평가 의견(붉은 원)에 `결혼 2자녀`라고 돼 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감사원 처분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기관도 다수였다. 한국도로공사는 지원자의 제출 서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자격이 없는 지원자를 최종 합격시킨 것으로 지적됐다. 감사원은 인사 담당자 1명의 경징계 이상 징계 처분을 요구했지만 공사 측은 인사위원회도 열지 않고 있다. 


역시 부정채용 관련 감사원 지적을 받은 한국디자인진흥원과 강원랜드 등 2곳은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 결과를 보고 징계 수위를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3월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 신입사원 공개채용에 지원한 A씨(27·여)는 면접 전형까지 치렀지만 최종 합격자 명단에 들지 못했다. A씨의 면접평가표 평가의견란에는 ‘결혼 2자녀’라고 적혀 있었다. 


A씨가 기혼여성이며 자녀를 2명 두고 있다는 내용이 면접 과정에서 드러났고, 평가의견란에까지 기재된 것이다. A씨가 자녀를 둔 기혼여성이었기 때문에 탈락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면접 평가의견란에 업무와 무관한 정보가 담겨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2013년 비정규직 직원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백지 평가표’를 활용해 특혜를 준 정황이 드러났다. 특혜를 통해 합격한 사람 가운데 한 명은 당시 진흥공단 상급기관인 중소기업청 과장의 딸이었다. 


채용 비리가 적발돼 징계받은 인사 담당자는 자체 인사위원회에 출석해 “평가위원장 지시로 연필로 총점이 체크된 상태에서 총점에 맞춰 나머지 빈칸을 채웠다”고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보증재단중앙회는 면접 평가시 ‘예의·품행 및 성실성’ 항목에 100점 만점 중 20점을 배정하고 있다. ‘외모의 청결성, 태도 및 품위정도’와 ‘질문시 답변자세’가 각각 10점씩이다. 지난 3월 기간제 직원 채용 과정에서 합격을 가른 건 단 1점이었는데, ‘예의·품행 및 성실성’ 항목에서 2점이나 차이가 났다. 외모와 답변 자세 등 인상 비평으로 당락이 뒤바뀐 것이다. 


공공기관은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되며 올해 기준 총 332개 기관이 있다. 지난달 감사원은 공기업 35개 전체, 준정부기관 6개, 기타공공기관 12개 등 53개 기관만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했다. 


현재 기획재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공공기관 전체를 대상으로 채용 관련 문제점을 조사하고 있다. 채용 비리는 과거부터 뿌리깊게 이어져 내려온 적폐 중의 적폐다. 공무원들이 문제점을 조사하는 데 그치지 말고 검찰 고발로 이어져 그 뿌리를 반드시 뽑아야 한다. 


임석우 인턴기자 rainstone@featuring.c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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