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찡그리고 살기에는 인생이 짧습니다. 확실하게 뭘 잘 못 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미안하고 죄송하기도 하고 말로 할 수 없습니다.”
‘트로트 지존’ 나훈아가 11년 만의 컴백 무대에서 약 10곡의 노래를 한 뒤 연 첫 마디였다.
나훈아는 3일 오후 7시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연 ‘드림 어게인’ 콘서트에서 특유의 건재한 모습을 보였다.
나훈아는 “여러분이 괜찮다 하면 미안하고 송구스러운 것 저 구석에 처박아두고 얼굴 두껍게 해서 내 오늘 알아서 할 낀 게”라며 “노래를 11년 굶었다. 여러분이 계속 하자면 밤새도록 할 수 있다”라며 건재한 모습을 보였다.
앞서 자막을 통해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첫 인사를 뭐로 할지 난감하고 입이 떨어지지 않아 ‘예끼 이 사람아’란 노래로 심정을 대신하겠다”고 노래를 들려준 뒤였다. 이 노래가 끝나자 3천500명의 관객은 “괜찮아”라고 일제히 외치며 11년 만에 대중 앞에 선 그를 환영했다.
나훈아는 그간의 근황에 대해 “보따리 둘러메고 지구 다섯 바퀴를 혼자 돌았다”며 “잘 사는 나라는 별이나 달이 안 보여 오지를 다녔다. 오염 안 돼야 별도 달도 맑아서”라고 말했다.
나훈아는 이어 “남미를 가기 위해 미국에 들러 차를 빌려 운전하고 가는데 무료해서 라디오를 틀었더니 이 노래가 나왔다. 난 평생 우는 거 싫어하는데 한인 방송에서 내가 작사, 작곡한 노래가 나와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며 ‘사나이눈물’을 들려줬다.
나훈아는 ‘사나이 눈물’을 부르며 여러 번 울컥하더니 끝내 가사를 잇지 못하고 눈물을 보였다.
나훈아는 이날 지난 7월 발매한 앨범의 신곡 ‘남자의 인생’, ‘모래시계’, ‘아이라예’ 등을 비롯해 히트곡 ‘고향역’, ‘홍시’, ‘영영’, ‘청춘을 돌려다오’, ‘고향으로 가는 배’ 등의 대표곡을 들려줬다.
나훈아는 이날부터 5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같은 달 24~26일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 12월 15~17일 대구 엑스코 컨벤션홀에서 콘서트를 연다.
가요계·인터넷 티켓 예매사이트 예스24 등에 따르면 나훈아의 이 컴백 콘서트 총 좌석은 3만 장으로 앞서 예매 시작 약 10분 만에 전석 매진돼 화제가 된 바 있다. 온라인에서 암표는 정가보다 몇배 비싼 수십만원에 팔렸다.
나훈아가 콘서트를 여는 건 2006년 12월 데뷔 40주년 공연 이후 처음이다. 그는 2007년 3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예정됐던 콘서트를 취소하고 그간 칩거해왔다.
그새 만으로 일흔살이 된 나훈아는 이날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고음을 능수능란하게 뽐내는 등 여전한 가창력을 자랑했다.
최수정 인턴기자 soojung@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