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TV만화 보며 대화까지? 영상공개에도 '대역설' 논란
상태바
이건희 회장, TV만화 보며 대화까지? 영상공개에도 '대역설' 논란
  • 성기노
  • 승인 2017.11.07 10: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잊을만 하면 한번씩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근황이 보도되곤 한다.


지난 10월 6일 방송된 한 프로그램에서도 ‘사망설’까지 돌았던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으로 추정되는 남성의 최근 모습을 포착 방송해 화제를 몰고오고 있다.


6일 방송된 TV조선 '9시 종합뉴스'에서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20층 병실에서 포착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모습을 공개했다. 전원책 앵커는 "그동안 갖은 추측과 루머가 끊이지 않았다. 최근 사망설도 여러차례 나돌았다"며 "이 회장이 병상에서 일본 영화를 보고 간호사와 의사 소통을 할만큼 호전된 사실을 영상으로 잡아냈다"고 보도했다.


당초 이건희 회장은 3년 6개월 전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외부에 일체 노출되지 않으면서 이 회장의 상태를 둘러싼 추측과 루머가 많았다. 특히 최근에는 이 회장이 사망했다는 ‘사망설’까지 나왔었다.


하지만 보도에 따르면 이 회장은 2014년 5월 심장이 멈췄다 극적으로 살아났으며, 삼성서울병원 최고층 20층의 오른쪽 끝 병실에서 병상 투혼 중이다.


현재 이 회장은 일본 애니메이션 '목소리의 형태'를 시청하거나 간호사와 직접 의사소통을 나눌 정도로 건강이 호전됐다고 하는 소식도 있다.


영상을 취재한 기자는 "환한 티비 화면 앞에 이건희 회장이 침대에 기대어 앉아 있다. 이 회장이 보는 영상은 지난 5월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이다"고 설명했다.



▲ 빨간 원 안 좌측부터 TV조선 측이 주장하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삼성서울병원 간호사 사진=`9시 종합뉴스` 캡처



삼성 측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이건희 회장은 의사소통이 가능한 의식은 없지만 부축을 받아 기대어 앉은 채 눈을 뜨고 TV를 보는 등이 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근육 수축 등을 막기 위해 간병인 등의 도움으로 병실에서 돌아다니는 등 움직이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공개된 영상이 이 회장으로 추정되는 인물만 있을 뿐 얼굴이 잡히지 않았기 떄문에 이 남성이 이 회장이 아닐 수 있다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의 회사 사정과 글로벌 이미지, 주가폭락 등을 고려해 '대역'을 쓰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마저 나오고 있다.


하지만 TV조선 측은 "그동안 '사망설' '위독설'이 분분했지만 탐사보도 세븐팀의 오랜 취재 결과 이건희 회장은 스스로 호흡하며 굳건히 살아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병상에 누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이후 3년 이상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극도로 노출되지 않은 만큼 그 동안 수차례 사망설까지 나돌았지만 삼성 측은 매번 “차도가 있으면 알리겠다”며 이를 부인했다.


이건희 회장 사망설의 '원조'는 2014년 5월 16일 인터넷신문 아시아엔이 '이건희 회장 사망'이라는 기사를 단독으로 보도한 것이었다. 당시 각 언론사마다 이를 받아쓰며 한바탕 큰 난리가 났었다. 하지만 기사가 나간 뒤 삼성측은 아시아엔측에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하지만 당시 이상기 대표는 삼성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반론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삼성측이 보내온 문자 메시지와 팩스 내용만 각각 기사화한 바 있다.





당시 이상기 아시아엔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이건희 회장 기사는 오보가 아니었고 지금도 팩트에는 문제가 없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삼성 내부를 잘 아는 믿을 만한 취재원에게 이 회장의 사망에 대한 제보를 받았고 이 제보 내용은 가까운 곳에서 직접 들여다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이야기라고 판단했다며 당시의 보도가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했다.


이 대표는 오히려 이 회장의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그 기자들에게 묻고 싶다. 진짜 봤느냐고. 합리적인 의심을 하는 기자가 없다"고 따져묻기도 했다.


2015년에는 이건희 회장이 입원한 삼성서울병원 병실을 원거리 촬영한 사진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스스로 호흡이 가능한 상태인 것이 알려졌고 이후 이 회장을 둘러싼 루머는 잠시 가라앉았다. 이때에도 증권가에 이건희 사망설이 돌면서 삼성그룹 계열사의 주식이 요동쳤다. 삼성그룹은 '사실무근'이라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그 뒤 2016년 6월 20일에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사망했으며 청와대 보고 후 3시에 공식 사망 발표가 예정됐다는 소문이 SNS에 퍼져 나갔다.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하루 종일 '이건희 사망'이 오르내렸고 이 회장의 생사와 관련한 수많은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에도 삼성측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이 회장의 정확한 건강 상태가 공개되지 않아 의혹은 여전히 그대로 살아있었다.


그런데 올해 8월 초 한겨레신문이 또 다시 이건희 회장의 근황을 보도했다. 이번에는 사망설이 아니라 건재설이다. 한겨레신문은 삼성그룹 관계자의 말을 빌려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것을 제외하면 이건희 회장의 건강 상태가 아주 양호하다. 건강한 상태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침대에만 누워있지 않고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를 타고 병실 복도를 오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의 건강상태가 언론을 통해 확인된 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이런 건재설 보도는 공교롭게도 바로 그 다음날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려 뇌물공여 등 혐의로 법정에 선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의해 다시 깨지게 된다. 그는 재판과정에서 “(이건희) 회장님이 살아계실 때”라고 무심결에 말했다가 다급하게 "회장님이 건재하실 때부터"라고 정정했다. 이는 말실수라기보다 이 회장의 죽음을 평소에 머릿속에 인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터져나온 '발설'이라는 해석도 많았다.


당시 삼성 측은 “이 부회장이 긴장해 말실수를 했다”고 해명했지만 큰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 것이 상당히 의미심장하다는 말들이 오갔다.



▲ 온라인에서 떠돌고 있는 이건희 회장 사망설 관련 패러디.



한편, 이건희 회장 와병 이후 정기적으로 병실에 들러 상태를 확인해 왔던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은 국정농단 사태 이후 재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구속된 상태다. 이에 회장 가족 외 삼성 측에서는 병실을 드나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측은 2014년 5월 쓰러진 후 공식성상에서 모습을 볼 수 없는 이 회장의 사망설이 불거질 때마다 이를 부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망설과 건재설이 번갈아가며 터져나오고 있다. 이번 TV조선 영상도 본인 확인이 어렵다는 점에서 어떤 '연막작전'이 숨어있는지 알 길이 없다.


다만, 이 회장의 상태가 위중했거나 사망했는데, 삼성은 이를 미리 대비하지 못했고, 그래서 회사 주가 등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사망발표 시기를 적당한 때로 조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막연한 추측만이 가끔씩 정치권을 배회하고 있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