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뒷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이번 방문의 대박 아이템은 바로 독도새우였다. 일본에 독도의 주권을 확실히 알리는 동시에 한국 토종 먹을거리를 세계에도 알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독도새우를 만찬에 올린 건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랍스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돼서였어요."
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단연 화제가 된 것은 바로 독도새우다. 뛰어난 맛, 한 마리에 1만5000원가량인 비싼 가격도 관심을 모았지만, 무엇보다 독도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강경한 입장을 미국 정부에 자연스럽게 각인시켰다는 면에서 이번 만찬 최고의 메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일경제는 이날 만찬을 총괄기획한 한식전문가 한윤주 콩두 대표를 인터뷰해 보도했다. 한 대표는 독도새우를 선택한 것 자체가 일본을 의식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랍스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랍스터와 가장 비슷한 맛과 식감을 가진 독도새우를 올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닭새우, 도화새우 등 다양한 메뉴명 선택지를 청와대 측에 전달했는데 그중에서도 '독도새우'라는 이름을 청와대가 선택했다"며 "전반적으로 '평창 차' 등 지역이름을 강조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선택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음식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큰 행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는 것에 일조하게 돼 매우 뿌듯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한 대표는 다보스포럼을 비롯해 다양한 국빈행사의 만찬을 기획한 국내 최고의 한식 전문가로 꼽힌다. 청와대가 내건 이번 만찬의 콘셉트는 '위 고 투게더(We go together)'로 한미동맹의 상징과도 같은 문구다. 25년 만에 열린 미국 대통령 국빈 만찬을 통해 정부는 한미동맹을 더욱 돈독하게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또 하나의 조건은 한식이었다. 한 대표는 "청와대 측에서 한식 중에서도 일반 서민들이 먹는 화려하지 않은 한식, 하지만 국빈 대접에 걸맞은 품격 있는 한식을 요구했다"며 "그래서 찾아낸 게 바로 '수저'였다"고 말했다.
그는 "한·중·일 3국 모두 숟가락과 젓가락을 쓰지만 밥을 먹을 때 수저를 동시에 쓰는 건 한국밖에 없다"며 "떨어뜨릴 수 없는 수저라는 한 단어가 '위 고 투게더' 콘셉트에 맞는다고 생각했고 전체 기념 선물도 그래서 수저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통의 맛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 식재료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토종 쌀 4종을 어렵게 구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 대표는 "우리가 흔히 먹는 쌀은 고시히카리 등 일본 품종이 많은데 이번에 북흑조, 자광도, 흑갱, 대관도 등 총 4가지의 토종 쌀을 어렵게 구해 잡곡을 지었다"며 "한국의 맛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옥수수죽을 올린 구황작물 소반이 올라간 것에 대해선 "화려하지 않은 한식 콘셉트에 부합하는 메뉴"라며 "어려운 시절 우리 밥상을 지킨 값싼 작물이 이제는 귀한 것으로 더 각광받고 있는 것처럼 한미동맹의 가치가 시대 변화 속에 더 값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번 만찬에는 한 대표의 콩두 사단 외에도 그랜드워커힐 서울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명품 한식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한 대표는 "명월관이나 온달 등 워커힐이 그간 정통 한식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했던 부분을 볼 때 충분히 손을 잡고 더 나은 만찬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수많은 한식 전문가가 모였지만 셰프들끼리 서로 의견 다툼 없이 한마음 한뜻으로 최고의 만찬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임석우 인턴기자 rainstone@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