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병원의 간호사 상대 ‘갑질 논란’이 연일 확산되고 있다. 체육대회 장기자랑 때 선정적 복장으로 춤을 추게 하고 임신부에게 ‘야간근무 동의서’ 작성을 강요했다는 의혹이 새로 제기됐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한림대 성심병원 5개를 운영하는 ‘일송학원’ 전·현직 간호사 등으로부터 부당 노동행위 관련 407건의 제보를 받았다고 12일 밝혔다.
이들은 매년 10월 재단 행사인 ‘일송가족의 날’ 행사에 간호사들을 강압적으로 동원하고, 장기자랑 때는 노출이 심한 복장을 입고 춤을 추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장기자랑에 참가하는 간호사를 키와 몸무게 등 몸매를 기준으로 선발하고 업무시간 종료 후와 휴일에도 장기자랑 연습을 하게 했다. 한 간호사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기쁨조 해야 하는 운명이냐”고 토로했다.
임신한 간호사에게 야간근무를 강요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간호사는 “임신 시에도 야간근무에 동의한다는 동의서를 작성하게 하고 일을 시킨다”며 “업무가 금지된 토요일에도 근무표에 휴무로 처리한 뒤 근무를 시킬 때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간호사는 “겹치게 임신하면 먼저 임신한 사람이 분만휴가를 갈 때까지 밤 근무를 하고 동의서에 사인도 한다”며 ‘임신 순번제’를 강요했다고 고발했다.
업무시간 외의 시간에 화상회의를 하면서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관계자는 “근로계약서에는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이 명시돼 있는데 매주 화요일마다 오전 6시30분에 화상회의를 연다”며 “직원들은 화상회의 발표를 위해 최소 한 달, 길게는 두세 달간 준비를 하고 발표 자료를 만들지만 시간외 수당은 없다”고 말했다.
근무 중 다친 직원을 강제로 근무시켰다거나 봉사활동 명목으로 근무시간 외에 역 주변과 공원 청소를 시켰다는 제보도 이어졌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집행위원은 “대형 병원에서 1980년대에나 있을 법한 반인권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성심병원 관계자는 “병원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여러 주장들에 대해 진위를 파악 중”이라며 “사실로 밝혀질 경우 개선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대한병원협회에 협조공문을 보내 간호사를 병원행사에 동원해 장기자랑을 강요하는 등의 부당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당부키로 했다.
임석우 인턴기자 rainstone@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