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경비구역(JSA)를 통해 귀순한 북한 병사에서 엄청난 양의 기생충이 나왔다. 한국에서 보기 드문 증세다.
중앙일보는 아주대병원 이국종 경기남부권중증외상센터장의 발표를 인용하며 기생충과 총상의 관계를 분석해 보도했다. 아주대 이국종 센터장은 15일 "JSA병사의 배에서 엄청난 양의 기생충이 나와 치료에 애를 먹고 있다"며 "한국 사람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엄청난 합병증을 초래하고 예후를 나쁘게 할 수 있는 기생충이 나왔다"고 말했다. 회충 등의 기생충이 대거 검출됐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기생충이 하도 많아서 상처 부위를 침범해 갉아먹고 있다. 예후를 더 나쁘게 해서 치료를 어렵게 한다. 소장이 파열되면서 분변에 오염된데다 기생충까지 나왔다. 안 좋은 조건을 다 갖추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성태 서울대의대 기생충학교실 교수는 "북한에 회충이 엄청나게 많다. 북한 병사가 소장을 다쳤다고 하는데, 회충은 소장에 산다"며 "2005년 중국 연변대학과 함북 회령시 주민의 회충 감염률을 조사했더니 절반이 감염돼 있었다"고 말했다.

회충은 채소를 기를 때 비료가 부족해 인분을 사용하면서 번진다. 채소를 사람이 먹고 인분을 다시 쓰고,이런 과정에서 확산된다. 회충은 장 수술을 하면 수술 상처 부위로 뚫고 나오기도 한다. 회충이 영양분을 빨아먹어 영양실조를 초래하고, 장이 막히기도 하며, 담관을 막아 황달이 생기는 급성담관폐색증을 일으킨다.
또 총상뿐만 아니라 장의 약한 부위를 뚫고 나와서 복막염을 일으키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응급상황이 생긴다.
홍 교수는 "환자가 잘 회복하고 상처가 아물면 구충제로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병사의 복강에서는 분변과 함께 소량의 음식물도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음식물은 대부분 옥수수로 알려져 북한군 내 식량 보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병사의 키와 몸무게도 각각 170㎝와 60㎏이었다. 이는 교육부가 올해 초 발표한 우리나라 고3 남학생의 2016년 평균 키(173.5㎝)와 몸무게(70.0㎏)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이다.
북한의 낙후된 위생상태가 빚어내고 있는 또 하나의 씁쓸한 단면이다.
임석우 인턴기자 rainstone@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