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군사령부가 22일 공개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귀순 영상을 보면 북한군 추격조는 필사적으로 내달리는 귀순 병사의 바로 등 뒤에서 총격을 가했다. 불과 몇m 뒤다.
추격조 4명이 조준사격으로 40여발을 쐈는데 그 자리에서 사살되지 않은 게 기적처럼 여겨질 정도다. 귀순 병사가 군용 지프에서 내려 뛰기 시작하는 순간 추격조가 들이닥쳐 조금만 늦었더라면 붙잡힐 수도 있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귀순병이 목숨을 구한 데는 현장에서의 응급조치가 한몫했다. 미군 항공의무후송팀 ‘더스트오프’는 블랙호크 헬기로 귀순병을 이송하면서 흉관삽입술 등 응급처치를 했다. 더스트오프의 이송 능력과 헬기 내 의료시설은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 전장에서의 실전 경험도 많다.
귀순병을 치료할 의료진으로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 외상센터장인 이국종 교수를 선택한 건 김운용 3군사령관(육군 대장)이었다. 김 사령관은 2011년 아덴만 작전 때 소말리아 해적의 총격을 받은 석해균 선장을 살려낸 이 교수를 신뢰해 왔다고 한다. 귀순병이 솜이 들어간 동복을 입어 몸을 보호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귀순병의 신원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이 교수는 브리핑에서 “한국 나이로 25세, 오모씨가 맞다”며 “소속 부대와 계급 등은 물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일부 언론은 귀순병이 의식을 회복한 뒤 자신은 판문점 후방 비무장지대 경비를 맡는 판문점대표부 민경중대 소속이고 계급은 하전사(한국군 하사급)로 밝혔다고 보도했다.
판문점대표부는 1994년 설치된 북한의 군사 기구로 판문점 JSA를 담당하는 경무부대와 민경중대가 있다. 국가정보원은 귀순 사흘 후인 지난 1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20대 중반의 하사급이고 JSA 소속”이라고 보고한 바 있다.
임석우 인턴기자 rainstone@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