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일간지 기자가 본 이국종...'가정도 친구도 없는 외톨이 칼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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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일간지 기자가 본 이국종...'가정도 친구도 없는 외톨이 칼잡이'
  • 성기노
  • 승인 2017.11.24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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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외상센터 의사인 이국종 아주대 교수는 요즘 가장 핫한 인물이다. 그는 의료선진국 미국에서도 그의 응급환자 치료 기술을 칭찬할 정도로 국제적인 명성을 쌓은 의사다. 하지만 그에게 쏟아지는 여러가지 구설들은 그의 마음을 착잡하게 하고 있다. 


동료 의사들은 '잘 나가는' 그가 배가 아파 뒤에서 손가락질을 하기 바쁘다. 의사에게 온갖 경영논리 잣대들이 동원되면서 그는 '실적'에 허덕이고 있기도 하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의 '지적질'은 환자 인권에만 집착해 정작 그의 의술과 환경의 어려움 등은 간과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의술로만 평가받고 최선을 다해 환자를 치료하는 환경이 이국종 교수에게는 부럽기만 하다. 


가끔 사회적 파장이 큰 뉴스가 터졌을 때 그의 이름이 보도되곤 한다. 하지만 정작 '이국종'이라는 인간에 대해서는 국민들도 잘 모르는 것 같다. 오늘 한 일간지 기자의 리포트는 '인간 이국종'이 어떤 사람인가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중앙일보 신성식 기자는 보건복지전문기자다. 이 분야에 있어서는 탁월한 식견과 꼼꼼한 취재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아직도 현장에서 열심히 취재한다. 신 기자는 화제의 인물 이국종 교수를 일주일 동안 밀착취재했다고 한다. 이 리포트는 다른 어떤 '이국종' 기사보다 촘촘하고 인간적이다. 신 기자가 그동안 꾸준히 그와 교류를 맺어왔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신 기자의 총평은 '가정도 친구도 없는 외톨이 칼잡이'라는 것이었다. 명예와 돈을 좇는 의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의 일주일 밀착 관찰기를 피처링 독자들에게 소개해본다. 신 기자를 통해 '인간 이국종'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국민들이 알게될 것이다. 어찌보면 김종대 의원이 제기한 '형이상학 지적'은 그에게는 사치처럼 보인다. 이국종 교수에게는 인간의 생명에 대한 절박함만이 있을 뿐이다. 우리가 해야할 일은, '인간 이국종'에게 오롯이 그것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국민들은 응원을, 정부와 병원은 묵묵한 지원같은 것 말이다. 다음은 신성식 기자의 리포트 내용이다.


21일 저녁 7시 30분 기자는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에서 이국종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을 인터뷰하던 중이었다. 인터뷰 도중 도시락을 먹으려는 순간 비상 호출이 왔다. 서해안고속도로 9중 추돌사고 환자가 있는 충남 서산의 병원으로 가야 했다. 이 센터장은 안전모를 쓰고 항공 점퍼를 입었다. 


등에는 'flight surgeon'(항공 수술 의사)이라고 씌어 있다. 오른쪽 어깨에는 미군 더스트오프, 오른쪽에는 경기소방본부 마크가 붙었다. 두 곳과 같이 일할 때가 많은데, 쉽게 식별하기 위해서다.(이 센터장은 15일 기자와 인터뷰에서 '동대문시장에서 점퍼를 1만2000원에 샀다'고 말한 적이 있다) 



▲ 수원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5층에 위치한 이국종 센터장의 사무실. 비행할 때 입는 항공 점퍼와 의사 가운, 코트 등이 옷걸이에 걸려 있다.


▲ 이국종 센터장이 헬기를 탈 때 착용하는 헬멧.


▲ 이 센터장은 비행할 때마다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군화를 신는다.

의료진을 독촉한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향했다. 군화 줄을 조였다.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군화를 신는다. 발목과 다리를 보호하고 바지 단이 감겨서 쓰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 센터장은 "헬기가 흔들릴 때마다 찍히고 피부 찰과상이 생긴다"고 말한다. 



▲ 아주대병원 본관 옥상의 헬기 착륙장에서 환자를 데리러 갈 헬기를 기다리는 이국종 센터장.



이 센터장은 정확히 45분 후 두 명의 교통사고 환자를 외상센터로 이송해왔다. 소생실에서 응급처리를 한 후 수술이 진행됐다. 그는 "헬기가 아니면 이렇게 빨리 대처할 수 없다"며 "경기 소방헬기는 이렇게 밤에 잘 협조한다. 닥터헬기(의료 전용 헬기)는 왜 밤에 안 뜨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기자와 이 센터장은 9시가 넘어서야 도시락을 먹었다. 식은 밥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었다.  



▲ 이국종 센터장의 연구실 책장. 트라우마(중증외상) 관련 전공 서적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 이국종 센터장이 직접 옷을 다림질할 때 쓰는 다리미대와 다리미.


▲ 연구실 책장 뒤에는 집에 가지 못하는 이 센터장이 잠을 청하는 침대가 놓여 있다.



이 센터장은 잘 웃지 않는다. 농담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런 그가 웃었다. 23일 밤 10시 전화기 넘어 이 센터장이 크게 웃었다. 북한 병사가 빠른 속도로 회복하면서 이 센터장을 볼 때마다 웃는다고 한다. 진료하러 갈 때마다 웃으면서 반갑게 대한다. 이 센터장은 "보람 있다"며 웃었다.  

  

이 센터장이 웃은 이유는 또 있다. 북한 병사는 23일 처음으로 묽은 미음을 먹기 시작했다. 이날 세 끼를 먹었다. 그동안 물만 마셨다. 수술 받은 지 열흘 만이다. 24일까지 묽은 미음을 먹고 장폐색(장이 막히는 증세)이 생기지 않고 방귀가 잘 나오면 좀 진한 미음을 먹게 된다. 그 다음에는 죽을 먹게 된다.  

  

북한 병사는 두 개(영화·오락) TV 채널만 본다. 23일에는 이종격투기 선수 추성훈 씨가 나오는 예능 프로를 봤다. 이 센터장이 "영화를 왜 안 보냐"고 물었더니 "예능 프로그램이 재미있다"고 답했다. 이 센터장은 23일에도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이 센터장의 공간에는 없는 게 없다. 10㎡(약 3평) 크기의 방에 가장 눈에 띄는 게 다리미다. 이 센터장은 거의 집에 가지 않는다. 와이셔츠·가운 등을 화장실에 설치한 소형세탁기에서 빨아서 건조대에서 말려 직접 다려 입는다. 책장 뒤편 창 쪽에 간이침대가 있다. 이 센터장은 "여기서 잘 만해요"라고 말한다. 겨울에는 창문 외풍이 심해서 추울 것처럼 보이는 데도 별문제 없다는 투다. 응급 출동용 안전모는 옷걸이에 거꾸로 걸려 있다. 이 센터장은 "이렇게 걸어야 땀이 밑으로 빠진다"고 설명한다. 음악을 좋아해서 오디오를 사뒀는데, 2년간 연결하지 않았다고 한다. 



▲ 테이블 밑 신발장에 놓인 수술 신발에 `외과 이국종`이라는 글자가 크게 적혀 있다.

10년 넘은 듯한 대우 탱크 소형 냉장고가 눈에 띈다. 작동하느냐고 물었더니 "전혀 문제없다"고 말한다. 의자 뒤에 군화 두 켤레, 운동화 슬리퍼가, 테이블 밑에는 구두 여러 켤레와 수술방용 신발이놓여 있다. 수술 신발에는 '외과 이국종'이라고 크게 쓰여 있다. 포장을 뜯지도 않은 전자레인지 오픈 선반, 비타민C, 구강염증 방지용 약품 등이 눈에 들어온다. 그 옆에는 2011년 아덴만의 여명 작전 때 인질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중상을 입은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과 찍은 사진이 있다. 



▲ 이 센터장의 연구실 옆 행정실에 위치한 간이주방. 이 센터장을 비롯한 센터 직원들은 이 곳에서 밥을 해결할 때가 많다.


▲ 간이주방 한 켠에 즉석밥인 햇반이 잔뜩 쌓여 있다.


▲ 이 센터장과 센터 직원들은 화장실에 놓인 미니 세탁기로 빨래를 해결한다.


 

이 센터장 연구실 옆 행정실에 간이주방 시설이 있다. 햇반·빵 같은 먹거리가 쌓여 있다. 싱크대·전자레인지·냉장고 등의 주방시설이 설치돼 있다. 이 센터장은 여기에서 밥을 해결할 때가 많다. 15일 1차 인터뷰 때 10시 넘어서 햇반으로 저녁을 해결했었다.  


이 센터장은 2003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샌디에이고 캠퍼스 메디컬센터에서 외상외과 트레이닝을 받았다. 아주대병원 외상센터는 미국 것을 참고해서 만들었다. 본관 옥상 헬기장도 그걸 참고했다. 미군과 협력관계를 잘 유지한다. 지난달 19일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한테 '좋은 이웃 상'을 받은 적이 있다.  

  

이 센터장은 석 선장 치료를 계기로 해군과 가까워졌다. 올 4월 해군참모총장에게서 명예해군 소령 임명장을 받았다. 그의 연구실에 해군 장교 정복을 입은 사진이 여러 개 걸려있다. 'Navy(해군)'를 새긴 모자가 여러 개 연구실에 걸려 있다. 이 센터장은 "명예해군인 게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해군이 선물한 '지휘봉'도 비치돼 있다. 

 


▲ 이 센터장 연구실 한 켠에 비타민C가 놓여 있다.



이 센터장은 21일 밤 석 선장과 통화했다.  


"선장님이 저를 한 달 반 괴롭히셨어요. 이번 환자(북한 귀순 병사)는 '껌'이죠."


석 선장보다 북한 병사를 치료하기 훨씬 쉽다는 것을 이렇게 표현했다. 사선을 넘을 뻔한 귀순 병사를 '쉬운 환자'라고 표현하는 걸 보고는 '이국종답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의사들이 ‘별거 아닌 환자를 데려다 쇼한다’고 난리가 났어요. 선장님의 배 총구멍 사진을 공개해도 될까요. 환자 개인 정보(귀순 병사를 지칭) 공개한다고 비판하네요. 합참이랑 상의해서 하는 건데도 그래요. 머리 아파 죽겠어요. 북한 애(귀순 병사)가 좋아져서 다행입니다. 선장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목소리 듣고 싶어 전화했어요. 잘 처리할게요. 끝나면 한 번 내려가겠습니다."


15일 1차 인터뷰에서 "왜 집에 들어가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 센터장은 "제가 봐야 할 환자가 많아요. 북한 병사 말고도 돌봐야 할 외상센터 환자가 150명이나 돼요"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매일 나와 함께 일하는 300명의 동료가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다. 안 그러면 하루도 못 버틴다”고 말한다. 그는 15일 밤 기자와 병실을 돌면서 간호사들에게 "기자님께 얼마나 힘든지 말 좀 해줘요"라며 간호사들을 챙겼다.  

  

이 센터장 옆에는 이번에 북한 병사 1, 2차 수술에 참여한 교수진과 간호사 등의 300여명의 동료가 있다. 교수진은 외상외과 문종환·권준식·허요·이호준·정승우 전문의, 정형외과 김태훈·최완선 전문의, 마취통증의학과 이인경·황지훈 전문의 등이다. 간호사는 김지영 외상프로그램매니저를 비롯해 200여명 근무한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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