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대에서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살아난 건 기적입니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은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13일 극적으로 귀순한 북한 병사 오모(25)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CNN은 5일 이 교수와의 단독인터뷰를 통해 귀순 당시 총상을 입고 생사의 갈림길에 놓였던 오씨의 상태와 응급 수술 등에 대한 뒷이야기를 전했다.
이 교수는 병원에 도착했을 때 오씨의 몸 상태가 ‘깨진 항아리’ 같았다고 했다. 수술 결과도 장담하기 어려웠다. 그는 “수술 당시 병사의 ‘바이탈 사인(체온·호흡·맥박·혈압 등)’이 너무 불안정했고, 저혈압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쇼크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술실에 도착했을 때 이미 몸속 피의 절반 이상이 빠져나갔다”며 “병사에게 피를 충분히 수혈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오씨는 수술 당시 성인 3명 분량(약 1만2000㏄)에 해당하는 O형 혈액을 수혈받았다.
이 교수는 오씨가 수술 후 빠르게 회복중이지만 여전히 불안 요인이 많다고 진단했다. B형 간염으로 간 기능이 저하돼 있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릴 수 있다고 했다. 이 교수가 병실에 태극기를 걸어둔 것도 오씨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였다.
걸그룹 음악을 틀어주고 영화를 보여준 것도 이런 취지였다. 오씨는 회복 후 걸그룹 소녀시대 ‘지(Gee)'를 듣거나 제이슨 스타뎀이 출연한 액션영화 트랜스포터3를 보기도 했다. 이 교수는 “미국이나 한국 드라마가 북한에서 인기가 많다는 오씨 말에 놀랐다”고 CNN에 말했다.
이 교수는 함께 일하는 중증외상센터팀에게도 공을 돌렸다. 이 교수는 “오씨의 생존은 기적이지만 희생을 아끼지 않고, 환자를 돌보는 팀의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임석우 인턴기자 rainstone@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