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택시기사의 따뜻한 미담 기사가 연말 추위를 녹이고 있다. 지난 12월 25일 인터넷에 한 가족의 사연이 올라와 네티즌들의 눈가를 촉촉히 적시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지난 23일 ‘빈 차’ 불이 들어온 택시를 탔던 한 여성의 사연이다. 이 여성은 택시 조수석에 누가 앉아 있어 깜짝 놀랐다. “가족이다”는 택시기사의 말을 들고 그러려니 했는데, 조수석 뒤편에 붙은 종이쪽지를 보고 그 상황을 단번에 이해했다고 한다.
택시기사는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아내를 두고 나올 수 없어 그동안 조수석에 태우고 일을 했던 것이다. 다음은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택시를 탔는데”라는 제목의 사연 전문이다. 현재 이 사연은 캡처돼 여러 커뮤니티로 퍼지며 네티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오랜만에 택시를 탔어요. 분명 빈차 떠 있는 거 보고 뒷자리에 올라탔는데 앞에 조수석에 사람이 있는거에요. 깜짝 놀라서 ‘어머 앞에 사람이 계셨네요. 빈차인줄 알았는데’라고 내려야 하나 어째야 하나 하는 찰나에 기사님이 ‘괜찮다고 빈차맞다’고 하시는데 전 순간 이래도 되나 했거든요. 기사님은 가족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런가보다 제대로 앉으니 앞에 이런 게 (붙어 있었어요.)
이해가 되시죠? 짧은 거리인데 기사님과 아내분의 대화가 있었어요. 기사님은 집에 빨래를 널고 나올걸 그랬다며 당신이 헹궈서 널 수 있겠냐 하시고 조수석 아내분은 철 없는 아기마냥 할줄 모른다 그런 거 안한다고 앙칼지게 ‘싫어’ 하시고. 투덕거리면서도 기사님은 계속 말 걸어주시고 차를 저기로 돌걸 그랬네 중얼중얼 하시고요. 중간에 핸드폰 바탕화면에 아기들 세명이 있었어요. 그걸 보여주시면서 산타 할아버지가 며칠에 선물을 주시냐며 물으시데요. 손주분들 선물을 생각하시는가봐요. 뭘 사줘야 좋겠냐 물으셨죠. 금방 내렸지만 음 크리스마스때 이 늙은 부부의 모습을 보니 아무리 밉고 같이 사네마네 죽고 못사네 해도 평생 늙어서 남을 내 옆구리는 원수같은 남의 편이구나 이 생각이 떠오르더라고요. 에고 괜스레 이런저런 생각하게 되었어요.
만성적인 경제난으로 온 가족들이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힘겹게 사는 서민가정들이 많다. 어려운 환경에도 그들을 지탱하는 것은 가족들의 사랑일 것이다. 이영학 어금니 아빠 사건 등의 여파로 연말 기부금도 확 줄었다고 한다.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라는 건, 이렇게 더 어렵고 힘들수록 가족들을 지키고 사랑하는 서민들의 삶이 있기 때문이다.
임석우 인턴기자 rainstone@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