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가상화폐 비트코인 열풍의 명암을 쫓으면서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이다.
지난 6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新 쩐의 전쟁-비트코인' 편을 방영했다.
열풍을 넘어선 광풍이라는 지적이 나올 만큼 한국의 가상화폐 시장은 이미 100만 명 이상이 유입된 상황이다.
인터넷에서는 단기간에 수억 원을 벌어 회사를 그만뒀다는 이야기, 학자금 대출을 모두 상환했다는 취업 준비생의 사연 등,연일 가상화폐 투자 수익을 인증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제작진은 인터넷에 떠도는 비트코인 대박 신화 소문의 주인공들을 직접 만났다. 이들은 로또 20번 맞은 금액인 280억 원을 번 23세 청년, 2억을 벌고 직장마저 관둔 전 직장인 등 다양했다.
낮은 가격에 코인을 산 뒤 높은 가격에 팔아 고수익을 실현한 이들은 속칭 ‘운전수’라 불린다.
23살의 이 청년은 가상화폐 시작 당시 8만원의 초기 자금을 투자해 280억을 소유하고 있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2시간 동안만 약 30억이 늘어났다면서 2000만원을 현금화 하는 모습을 제작진에게 확인시켰다.
하지만 이들은 가상화폐의 값어치가 더 오를 것을 예상하고 대부분 현금화 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 공통점이다.
반면 높은 가격에 내놓은 코인을 산 후 가격이 급락해 큰 손해를 본 투자자, 이른바 ‘시체’들도 만났다.
최근 국내의 한 거래소가 해킹으로 인해 고객의 돈 170여억 원을 도난당했고, 각종 투자 사기와 가짜 코인을 이용한 다단계 사기 또한 성행하고 있다. 고액의 돈이 오고 감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안전장치도 마련되어 있지 않아 피해자들은 모든 책임을 스스로 떠안아야 했다.
어떠한 제한도 없이 24시간 동안 운영되는 거래소. 상대적으로 불완전한 운영과 보안 시스템, 과열된 분위기에 최근 정부는 특별 대책을 발표하며 가상화폐 거래 규제에 나섰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에도 투자 열기는 사그라지지 않는 듯하다. 누군가는 장밋빛 혁신을 말하고, 누군가는 도박에 빗대어 말한다.
가상화폐는 일명 흙수저라 불리는 서민들에게 대박을 안겨줄 부자의 동앗줄같은 것이 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그 실체가 완전히 확인되지 않은 환상속의 거품일 수도 있다.
2017년 비트코인 가격은 가파르게 올랐다가 폭락하고 금세 회복하는 롤러코스트 행보를 되풀이하고 있다. 실제 2017년 12월 17일 1만9900달러까지 올랐던 비트코인 가격이 5일 만인 22일에 1만2200달러로 무려 7700달러 하락했다. 수직하락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23일 다시 1만5000달러대를 회복하는 강한 복원력을 보였다.
수차례 급등락에도 불구하고 좀더 긴 흐름으로 보면 상승추세가 뚜렷하다. 2017년 초만 해도 비트코인 가격은 961달러에 불과했다. 1년이 지난 시점에 그 가치는 16배 상승했다.
비트코인을 둘러싼 각종 전망은 매우 불확실하다. 우선 비트코인 자체가 실체가 명확하지 않고 투기 심리에 따라 시세가 시시각각 결정되다보니 변동폭이 매우 큰 특성을 보인다. 또한 주식처럼 실적이나 거시경제 등의 본질적 가치를 반영하지 않다보니 예측이 더욱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마저 천차만별이다.
스탠드포인트리서치 론니 모아스 애널리스트는 코인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새해 비트코인 가격이 2만800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모아스 애널리스트는 수백건의 가상화폐 관련 보고서를 작성한 전문가다.
모아스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을 금에 비유했다. 금처럼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가치를 지녔다는 의미다. 게다가 비트코인은 채굴량이 한정돼 있어 투자자가 늘어날수록 가치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금처럼 가치가 있다. 그러나 금은 매장량을 모르지만 비트코인은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유통되는지 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2년 동안 수억명의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갖기 위해 노력(채굴 또는 구매)했다”며 공급은 한정됐지만 수요는 늘어난 점을 강조했다.
비트코인은 당초 예상보다 공급량이 적다는 분석도 있다. 비트코인은 채굴할 수 있는 수가 2100만 코인으로 한정됐고 그 중 1670만 코인 가량이 채굴됐다. 그러나 최근 비트코인 20%는 이미 사라졌다는 분석도 있다.
비트코인 개발자 나카모토 사토시가 100만 코인 정도를 없앴고 이외에도 암호를 잊었거나 등의 이유로 총 280만~380만 코인이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모아스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 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적다”며 “많은 비트코인은 잃어 버렸고 일부는 채굴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일정 가격 이하로는 팔지 않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반면 제도권 내 금융기관은 비트코인은 거품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모건스탠리 제임스 퍼세트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비트코인 가치는 ‘0’이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비트코인이 실제 통화가 아니고 금리도 적용되지 않으며 금이나 귀금속 등 물리적인 물체도 아니어서 본질적인 가치가 결여됐다고 봤다.
그는 비트코인이 네트워크에서 결제 수단으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세계 금융당국이 가상화폐를 화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가치 하락 요인으로 꼽았다. 퍼세트 애널리스트는 “사실상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고 추락하고 있다”며 “아무도 결제 기술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 가치는 0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웰스파고 주식전략책임자 브라이언 설리번도 “가상화폐 시장은 커다란 거품”이라며 “거품이 넘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가상화폐 시장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그는 “시장이 커지지 않을 것이라고 섣불리 말할 수는 없다”며 “그렇더라도 새해에는 조심스럽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임석우 인턴기자 rainstone@featuring.co.kr
*비트코인이 도대체 뭐에요?
지금의 동전과 지폐가 돈으로 쓰이기 전, 조개껍질이나 쌀을 화폐로 쓰던 때가 있다. 비단과 같은 천뭉치도 다른 물건과 교환할 때 기준이 되는 물품, 곧 돈으로 쓰였다. 화폐는 이렇게 계속 변해온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에는 우리가 눈으로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코드가 돈으로 쓰이지 않을까. 이 막연한 생각은 ‘비트코인’이 나온 후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를 낳았다.
비트코인은 가상화폐이자, 이 화폐가 작동하는 방식을 말한다. 쉽게 말해 싸이월드 ‘도토리’나, ‘네이버 캐쉬’와 같이 실제 돈은 아니지만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 이용료를 결제할 수 있는 돈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쓰는 돈처럼 손에 쥘 수 있는 물건은 아니다. 지금 이 글처럼 온라인에서 떠도는 코드일 뿐이다.
비트코인은 발행 주체가 없는 가상화폐다. 사실 가상화폐는 흔하다. 인터넷 서비스마다 자기만의 가상화폐를 만들곤 한다. 싸이월드는 ‘도토리’를 만들었고, 네이버는 ‘네이버 캐쉬’, 페이스북은 ‘페이스북 크레딧’, 카카오는 ‘초코’이라는 가상화폐를 만들었다.
그 외에도 자기 서비스 이름 뒤에 ‘캐시’라는 이름을 붙인 가상화폐를 만든 곳은 많이 있다. 이렇게 가상화폐가 많은데도 비트코인이 특별히 주목을 받은 건, 작동 방식이 특이하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주인이 없다. 특정 개인이나 회사가 운영하는 ‘캐시’가 아니다. 작동하는 시스템은 P2P 방식으로, 여러 이용자의 컴퓨터에 분산돼 있다. 비트코인을 만들고 거래하고 비트코인을 현금으로 바꾸는 사람 모두가 비트코인 발행주다. 그 중 누구 한 사람을 콕 집어서 ‘이 사람이 주인‘이라고 말할 수 없다.
비트코인용 계좌를 만들 때도 신분증 검사 같은 건 필요 없다. 비트코인에서는 계좌를 ‘지갑’이라고 부른다. 지갑마다 고유한 번호가 있는데 숫자와 영어 알파벳 소문자, 대문자를 조합해 약 30자 정도로 이루어진다. 한 사람이 지갑을 여러 개 만들 수 있는데, 개수에 제한은 없다. 다만 지갑을 만들 수 있는 별도 프로그램이나 웹사이트를 써야 한다.
통상 돈이라고 하면, 중앙에 관리하는 기구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은행이 그 일을 한다. 돈을 얼마나 찍을지 정하고, 유통량을 조절하는 곳이다. 비트코인에는 이런 기구가 없다. 그 뜻은 돈을 찍는 기구도 없다는 얘기다.
그대신 누구나 비트코인을 만들 수 있다. 성능 좋은 컴퓨터로 수학 문제를 풀면 비트코인을 대가로 얻는다. 이렇게 비트코인을 만드는 과정은 광산업에 빗대어 ‘캔다’(mining)라고 불린다. 또 이런 방식으로 비트코인을 만드는 사람을 영어로 ‘마이너’(miner)라고 부르는데, 우리말로 ‘광부’라는 뜻이다. 광부는 비트코인 세계에서 곧 조폐공사다.
비트코인을 얻기 위해 풀어야 하는 수학 문제는 꽤 어려운 편이다. 일종의 암호 풀기인데, 일반 PC 1대로 5년이 걸려야 풀 수 있다. 그래서 비트코인을 캐는 전용 프로그램과, 힘을 모아 비트코인을 캐자는 모임도 등장했다.
비트코인은 전체 통화량이 정해졌다는 점에서 한국이나 일본, 미국 등 각 나라 화폐와 다르다. 각국의 중앙은행과 조폐공사는 물가나 환율, 이자율 등 나라 안팎의 상황에 따라 돈을 새로 찍는다. 비트코인은 광부가 돼 수학 문제를 풀고 돈을 ‘캐야’ 한다. 광부가 아닌 사람은 비트코인을 돈을 주고 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