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세탁기 쓰지 마세요” 한파에 아파트 ‘역류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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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세탁기 쓰지 마세요” 한파에 아파트 ‘역류 비상’
  • 임석우
  • 승인 2018.01.28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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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한파에 아파트 저층 주민들이 ‘세탁기 공포’를 호소하고 있다. 배수관이 얼면서 위층에서 흘려보낸 세제물이 역류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아파트에선 세탁기 사용을 금지하는 안내방송을 내보내고 있지만, 사실상 강제할 방법이 없고 일이 벌어진 뒤 책임을 묻기도 어려워 주민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27일 SNS에선 세탁기를 돌린 이웃 때문에 물난리를 겪었다는 게시물이 2000회 가까이 리트윗 됐다. 글을 올린 A씨는 “한파에 세탁기 쓰지말라고 방송을 그렇게 해도 윗집에서 ‘괜찮겠지’ 하고 세탁기를 돌려서 그 비눗물이 우리집에 역류했다”며 “부엌, 거실, 안방이 온통 첨벙첨벙 잠겼다. 바로 윗집도 아니었는데 내려오다가 딱 우리집이 당첨됐다”고 썼다.


A씨는 이어 “이 추운날 물난리로 도저히 쓸 수 없게 망가진 것만 몇십만원 어치다. 온 집 가구를 들어내고 물을 닦고 청소하고 정말 악몽같은 하루였다”며 “어제 이 난리를 겪고 오늘 또 다른 집이 세탁기를 돌려서 스멀스멀 넘치고 있다. 제발 영하 기온일 때 세탁기를 돌리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인터넷 카페 등에도 A씨와 같은 피해를 입은 사례가 다수 올라왔다. 아파트 3층에 거주한다는 B씨는 “아이가 발에 물이 묻는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세탁실부터 거실로 물이 넘치고 있었다”며 “한파의 위력이 대단하다”고 썼다.


서울의 한 아파트에 사는 C씨는 세탁물이 역류하는 영상을 찍어 올리기도 했다. 그는 “이 추운 날에 세탁기 돌리지 말라고 그렇게 여러번 얘기하는데… 제발 세탁 금지”라고 말했다.





저층 세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 네티즌은 “8층인데도 아침에 안방이 다 물바다가 됐다. 관리사무소에서 별다른 해결책이 없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7층에 살고 있다는 네티즌 역시 세제물 역류로 고생했다며 “중간층인데도 배수관 소리가 들릴 때마다 세탁실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파트 입주민 커뮤니티에는 세탁기를 사용해도 되는지 묻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손빨래를 하거나 빨래방을 찾았다는 네티즌도 많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27일 아침 서울의 기온은 영하 15.9를 기록했고 전국 대부분 지역의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다. 닷새째 이어진 한파는 다음 주 초반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기상청은 31일과 다음달 2일 사이에는 중부지방도 낮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겠지만, 3일부터는 다시 강추위가 찾아올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도 동두천시에 거주하는 D씨는 “한파가 어서 끝났으면 좋겠다”며 “이웃집을 배려하면서 빨래는 조금만 참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파트 차원에서 피해보상을 마련하고 배관을 정비하는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석우 인턴기자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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