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에 대한 당내 반발의 목소리가 중진의원들의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당내 4선이상의 다선의원들이 그동안 중단됐던 최고위원ㆍ중진의원 의원 연석회의를 요청하기도 했고, 일부는 홍 대표의 소통에 방식에 맞서 초재선 의원을 포함한 협의체 구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홍 대표는 연석회의 요청에 “어이가 없다”는 말로 일축했다.
4선의 한 중진 의원은 9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여러가지 당의 중요한 내용이 최고위원에서 충분한 절차와 토론을 거치지 않고 결정되고 때로는 의원총회도 거치지 않고 넘어가는 일이 많다”며 “이런 것들이 지방선거에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사당화가 너무 심할 정도로 되어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진의원 연석회의 요청이 거절되면 또 요청을 할 것이고, 초재선이 포함되는 협의체를 구성해 대응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홍 대표의 사당화에 대한 우려를 표해 온 또 다른 중진 의원도 “지방선거를 잘 치르기 위해선 중진들의 지혜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현재로서는 그게 잘 안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심재철ㆍ이주영ㆍ정갑윤(이상 5선), 강길부ㆍ나경원ㆍ신상진ㆍ유기준ㆍ정우택ㆍ정진석ㆍ주효영ㆍ한선교ㆍ홍문종(이상 4선) 의원 등은 홍 대표에게 보내는 요청서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실기와 실책으로 대한민국은 단 한발도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1야당인 한국당조차 보수적통정당으로서 그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세간의 민심에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이에 본 중진의원들은 구국과 구당의 마음으로 홍준표 당 대표께 그간 중단되었던 최고 중진연석회의의 개최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인식은 초재선 사이에서도 공유되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수도권과 대구ㆍ경북에서의 분위기가 다르다”며 “수도권에서는 홍 대표로 선거를 치르기 힘들다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또 “지지율이 많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민주당이 저렇게 하는데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홍 대표는 중진들의 요청을 즉각 거부했다. 홍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몇몇 당 내 중진들의 그간 행보와 태도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며 “당 대표가 된 이래 수차례에 걸쳐 오·만찬을 통해 당내 의원들과 소통을 해왔고 지금도 당 대표실은 항상 열려있다”며 “오늘 느닷없이 두 세명이 주동이 되어 최고ㆍ중진 연석회의를 요구하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어 한마디 한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지방선거 때까지 의결을 해야 하는 사안에 한해 비공개 최고회의를 하기로 결정했으며 최고·중진회의는 당헌·당규에도 없는 것이고 당 대표가 필요할 때 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는 홍 대표의 '어이 없는' 대응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자유한국당은 중요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4선 이상의 중진 의원들이 '원로회의' 성격의 회의를 통해 당 진로나 대응에 대해 대표에게 건의를 하고 이를 대표가 전향적으로 수용하는 일종의 전통이 있었다. 당헌 당규에 명시된 것은 아니지만 일종의 '관습법'으로 역대 대표들도 중진의원들의 '회의'에 대해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번에 당 중진들이 홍 대표에게 요구한 것은 그리 무리한 것도 아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연석회의 개최 요구는 당연한 권리다. 이를 '어이 없는' 것으로 인식하는 홍 대표의 불통 막장 리더십에 대한 비난이 더해가고 있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