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쇼트트랙 대표 싱키 크네흐트(29)가 2014년에 이어 또 다시 ‘손가락 욕’ 논란에 휩싸였다.
크네흐트는 10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500m 결승에서 2분10초555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따냈다. 1위인 우리나라 대표 임효준(22)과 0.07초 차이였다.
이날 올림픽 신기록을 세운 임효준은 결승선을 통과한 뒤 환호성을 질렀다. 뒤따르던 크네흐트는 임효준의 어깨를 두드리고 헬멧을 툭툭 치며 웃었다. 상대의 실력을 인정하고 축하하는 제스처였다.

그런데 시상식에서 보인 행동은 조금 달랐다. 크네흐트는 기념촬영 순서가 되자 선물로 받은 수호랑 인형을 허리에 받치고 임효준 오른편에 섰다. 그리고 촬영 도중 인형을 들고 있던 손의 가운뎃손가락을 폈다가, 촬영이 끝난 순간 빠르게 접었다.
이 장면은 중계카메라에도 포착됐다. 시상식이 끝난 후 온라인에선 크네흐트의 행동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무의식적으로 나온 손동작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의도적인 ‘욕설’이라는 주장이 다수였다.
크네흐트는 이미 2014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손가락 욕설로 메달을 박탈당한 전력이 있다. 당시 크네흐트를 앞지른 건 러시아로 귀화한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이었다. 남자 5000m 계주에서 빅토르 안에게 밀려 1위를 놓치자 크네흐트는 분을 삭히지 못하고 양 손으로 가운뎃손가락을 뻗어보였다. ISU는 크네흐트의 부적절한 행동을 문제삼으며 결국 실격 판정을 내렸다.

한편 크네흐트는 10일 경기를 마친 후 인터뷰에서 “5바퀴는 선두로 치고 나가기에는 너무 이른 타이밍이다. 뒤에서 누군가 나를 추월하지 않기를 바라며 계속 달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임효준의 스피드가 나보다 조금 더 빨랐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들과 크네흐트는 앞으로 1000m와 500m, 남자 5000m 계주에서 대결을 이어간다.
크네흐트(29)는 이렇게 시상식에서 가운뎃손가락 욕설 논란이 일자 ‘오해’라고 해명했다.
크네흐트는 11일 강원도 평창 메달플라자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500m 공식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후 “나도 사진을 봤지만, 그건 그냥 선물을 들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크네흐트는 “그냥 사진(에 찍힌 모습)이 매우 나쁘게 보였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다”며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크네흐트는 별다른 의도가 없었다는 듯 “평창이 너무 춥지만, 동계올림픽이니 추워도 괜찮다”며 “메달을 따서 정말 기쁘고 이 순간을 즐기고 있다. 다음 경기에 집중하겠다”면서 주제를 바꿨다.
향하는 대상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우연히 나온 자세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과거 전력을 볼 때 이번 해프닝도 우연이 아니라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스포츠 경기만큼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가리는 분야도 없다. 0.0001초에 의해 승부가 갈리기도 하지만 딱 그만큼의 노력과 땀이 누군가에게 승리를 안겨다 준다. 스포츠의 정신은 그 땀과 노력, 그리고 승리를 존중해주고 인정해주는 것에 있다. 하지만 어떤 선수들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오히려 그 승리를 모욕하고 승자에 대해 비열한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이번 크네흐트 선수의 가운뎃손가락 욕설행위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안현수나 임효준 선수 모두 한국인이다. 네덜란드 선수가 두 차례나 올림픽에서 물을 먹이게 한 동양인 선수에 대한 인종차별적 행위는 아닌지 의심스럽다.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비열한 습관에 올림픽의 숭고한 정신에 감동받는 세계인들의 마음도 불편해지고 있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