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격 구속, 유시민이 불구속을 주장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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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격 구속, 유시민이 불구속을 주장하는 까닭
  • 성기노
  • 승인 2018.03.2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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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됐다. '죄값을 치러야 한다'는 국민적 분노가 결국 전직 대통령의 인신구속에까지 이르렀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연거푸 보수세력 출신의 전직 대통령이 구속됐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의지는 일단 두 사람을 법의 심판대에 올려 놓음으로써 확인됐다.


이제는 그 후유증과 후폭풍을 문재인 정부가 잘 관리해야 한다.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되는 장면은 아들 시형씨의 눈물과 함께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죄값을 치러러 가는 사람임에도 일말의 동정론이 있을 수 있다. 이는 본말의 전도다. 하지만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은 그 죄값을 치르는 것과는 별개로 정치적 민감성도 내포돼 있다. 법의 엄중함과 절차의 신속성을 통해 허물어지고 허탈해하는 보수층의 마음도 헤아릴 준비를 해야 한다.


'이제 복수했으니 속 시원하다'는 접근은 또 다른 악순환을 초래하고, 또 다른 복수를 부를 수도 있다. 엄중하게 불법적인 사안만을 따지면 된다. 이런 점에서 유시민 작가의 '일갈'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22일 밤 11시를 조금 넘긴 시각, 법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공교롭게도 당시 녹화 방송 중이던 JTBC '썰전'에서 유시민 작가는, 법원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수사 여부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칠 원칙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유 작가는 "내가 판사라면 원칙에 따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수사를 결정할 때) 세 가지를 볼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첫 번째는 (재범의 우려다.) 구속 안하면 또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는 사람들 있잖나. 성범죄자나 살인·강도범의 경우 지금 구속 안해 두면 재판 진행되는 동안 또 그럴 수 있기 때문에 구속해야 한다. 그런데 이 사안(이 전 대통령 구속 수사)은 그런 사안은 아니잖나."


이어 "두 번째는 도주의 우려인데 이건 (해당 안 될 테니) 더 말 안하겠다. 세 번째는 증거 인멸의 우려"라며 마지막 원칙에 대해 부연했다.


"지금 증거 인멸이 있다고 검찰에서는 영장을 청구할 것이다. 법원에서는 검찰이 확보하고 범죄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제시한 증거, 그 증거들이 과연 피고인 또는 피의자가 인멸할 수 있는 성격의 증거인지를 따져봐야 된다."


결국 '증거 인멸의 우려'가 이 전 대통령 구속 수사 여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말이었는데, 유 작가의 이 분석은 들어맞았다.


이날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의 많은 부분에 대해 소명이 있고, 피의자의 지위, 범죄의 중대성 및 이 사건 수사 과정에 나타난 정황에 비추어 볼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으므로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간 유 작가는 이 전 대통령 구속 수사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날 '썰전'에서도 "'썰전' 하는 2년 반 내내 (모든) 구속 수사에 대해서는 상당히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이 전 대통령의 경우 특별히 더 그랬던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하나는, 구속 수사는 수사상의 필요 때문에 하는 것이잖나. (구속 수사는) 형벌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과거부터 정부가 마음에 안 드는 일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의 법 위반 되는 일을 막 이렇게 (들춰내고) 해서 '나쁜 놈이니까 잡아 가둬야 해', 이렇게 구속 수사 자체를 유죄 선고 받은 죄인에게 형벌을 주는 것처럼 운용해 왔다."


유 작가는 "그런데 이것은 구속 수사 제도의 취지와는 안 맞는 것"이라며 "그 점에서 원칙적으로 항상 피의자의 인신을 구속할 때는 그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취지에 비춰볼 때 불가피한 것인가를 따져야 된다"고 했다.


"그래서 이렇게 많은 비난을 받고 있는 피의자의 경우에도 더욱 엄격히 이러한 원칙을 적용함으로써, 선량한 시민들이 부당하게 구속되는 일 없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사실 그랬던 것이다."


그는 "두 번째는 개인적인 것"이라는 전제를 달며 "자꾸 '정치 보복'이라고 이 전 대통령도 그랬고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도 그랬는데, 논리적으로 (정치 보복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개인적으로는 솔직히 그런 (정치 보복이라는) 말이 되게 듣기 싫다. 이 전 대통령이 지난번(1월 17일)에 성명 발표할 때 내놓고 그렇게 말을 해버렸잖나. 그 말을 듣고 싶지가 않은 것이다."


유 작가는 "그러니까 저희는 사실 생각하기를… 복수를 하고 싶다. 왜 안하고 싶겠나"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그것은 감정이잖나. 복수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나라를 잘 운영해서 퇴임할 때 많은 국민들로부터 '벌써 끝났냐' '아쉽다', 이런 말을 들으면서, 그리고 (문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 묘소에 가서 '임무수행 잘하고 왔습니다'라고 인사하는 것 보는 게 저희가 생각하는 복수다."


이어 "예전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어록에 '춘향이의 한이 변사또를 처벌한다고 풀리는 게 아니고, 이도령 만나는 데서 풀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계속 (정치 보복 주장 탓에) 논란이 되니까"라며 "그래서 제가 지난주 '썰전'에서 '가능하면 불구속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가, 방송 나가고 욕을 엄청 먹었다. 그런데 저는 여전히 같은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인신 구속과 관련된 헌법과 법률 원칙이 있잖나. '싫어하는 사람'이 구속될 때 '그것(원칙)을 적용하자'고 해야 된다. '좋아하는 사람' 구속될 때 '그것(원칙 적용)을 왜 안하냐'고 하면 편 들어주는 것이 되잖나. 그러니까 저는 이 점을 되게 강조하고 싶다."


이제 국민들이 1년여동안 활활 불을 지폈던 촛불을 마무리 할 때가 되었다. 그 촛불의 완결편 가운데 하나가 불법을 저지른 전직 대통령을 구속하고 법의 심판대에 세우는 것이었지만, 그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이다. 원한으로 복수하는 것은 이제 끝을 낼 때가 되었다. 오로지 실력과 화합의 메시지로 상처뿐인 정치를 치유해야 한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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