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이번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에 자칫하면 후보를 낼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고 있다.
그동안 유력 후보였던 홍정욱 전 의원, 이석연 전 법제처장 등이 잇따라 후보직을 고사한 가운데, 또 다른 후보자 물망에 올랐던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가 자유한국당으로부터 서울시장 후보 영입 제안을 받았지만 “너무 늦었다”며 거절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진다. 김 명예교수 카드마저 사실상 물 건너가면서 한국당은 인물난을 둘러싼 내홍도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교수는 한국당의 제안 수용 여부에 대해 “정치권 밖의 인사가 출마하려면 일정한 절차와 명분 확보 과정 등이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데, 지금은 시간이 너무 흘렀다”면서 “결심을 번복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완곡하게 표현했지만 거절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김 교수는 “정치권 안에 있는 사람이 출마하는 경우엔 시간이 필요 없을 수도 있지만 내 경우는 다르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 개헌 논란과 남북 정상회담, 미·북 정상회담 등 때문에 4월과 5월이 그냥 흘러갈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미래와 보수의 재건을 위한 담론을 만들어서 이를 파급해야 하는데 그럴 시간은 없이 진영 간, 여야 간 싸움만 남게 됐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한국당 제안에 ‘생각해 보자’ ‘두고 보자’라고 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제안받자마자 일거에 거절하면 당이 얼마나 곤란해지겠나”라며 “당을 어렵게 만들고 싶지 않아 딱 부러지게 말하지 않고 있는데, 당에서 (언론 플레이를 해서) 스스로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당은 지난해 12월부터 김 교수를 서울시장 후보로 영입하기 위해 접촉했다. 홍준표 대표 측근도 최근까지 수차례 김 교수와 접촉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당이 김 교수를 삼고초려 하는 이유는 그가 문재인 대통령과 과거 친노(친노무현) 쪽 분위기를 잘 알고 있고, 중도합리적 성향이어서 보수·중도 표 끌어오기가 유리하며, 노무현 대통령 정책실장을 거치면서 뛰어난 정책 마인드를 보인 점 때문이다.
한편 홍준표 대표는 최근 일부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당내 갈등을 수습하기 위해 원내대책회의에 이례적으로 참석했지만, 정우택·나경원·이주영·유기준 의원 등은 회의에 나타나지 않았다.
제 1야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 인물난에 시달리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저마다 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서 후보 선정에 애를 먹는 게 일반적인 현상인데 자유한국당의 현재 지지율과 상황을 볼 때 자칫 서울시장 후보도 내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홍 대표 또한 이런 난국에 대해 이렇다할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오로지 ‘마이웨이’만을 외치고 있다. 중진들의 ‘충언’에 대해 ‘연탄가스’ 발언 운운하며 무시하는 행보를 보이다, 최근 들어서는 또 중진들이 참석하는 원내대책회의에 갔지만 ‘열 받은’ 중진들이 참석하지 않은 등 내홍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홍 대표 개인의 기분내기에만 몰입하는 사이 당은 선거는커녕 분당을 걱정할 정도로 와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답이 없는 제 1야당과 그 대표의 행보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