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으로 촉발된 갑질 논란이 모친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막말 폭행 영상과 녹취가 잇따라 공개되자 한진그룹 오너 일가 퇴진 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조 전 전무 3남매와 이 이사장의 갑질과 막말을 고발하는 내용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고, 주변 사람들의 폭로도 이어지고 있다.
조 전 전무의 갑질과 이 이사장의 폭력 욕설은 무척 닮아있다. 조 전 전무는 광고대행사 직원들에게 고성을 지르며 물을 뿌린 혐의를 받고 있고, 이 이사장도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과 함께 집기를 던졌다는 운전기사의 증언이 나오면서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다.
조 전 전무와 이 이사장은 왜 이같이 경악스러운 이상행동을 보인 것일까? 전문가들은 이들이 분노조절 장애와 자기애성 성격장애의 특성을 갖고 있다고 뉴시스에 말했다.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들은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난 모습으로 진단을 내릴 수 없다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지만 또 상당히 심각하다는데는 의견이 일치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공감능력이 없고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특성을 보인다”고 했다. 수도권 대학병원 A교수는 "성격장애는 보통 본인이 아니라 타인을 불편하게 한다. 이 때문에 돈이나 권력이 없는 사람이 성격장애를 가진 경우는 어떻게든 고치거나 도태된다. 하지만 권력자는 성격장애가 있어도 고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른 수도권 대학병원의 B교수는 “자기애성 성격장애가 의심된다”며 “이 정도면 이 이사장에게 당해서 정신질환이 생긴 사람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고소·고발을 당하는 등 불이익을 받아서 행동을 제지하도록 해야 했다”며 “그런 식으로 행동해도 불이익이나 처벌이 없었던 문화와 조직의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수도권 대학병원의 C교수는 “재벌 2세, 3세들이 부와 권위를 그대로 대물림하면서 중세 봉건적인 특권의식에 사로잡혔다. 자칭 상류 계층 특유의 미성숙한 문화와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진단했다.
박종익 강원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국립춘천병원 병원장)는 "자신이 한 행동을 후회하고 '내가 왜 그랬지'라며 자괴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정신과를 찾는다"며 "그렇지만 이 이사장은 그런 식으로 행동해도 큰 상관이 없다고 인식하고 있는 상태다. 스스로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경찰청은 23일 이 이사장을 둘러싼 갑질 의혹을 광역수사대(광수대)에 배당하고 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조 전 전무의 폭언, 폭행 의혹을 내사하던 강서경찰서는 내사 착수 사흘 만에 수사로 전환하고 조 전 전무를 입건했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