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제조업... 차·조선·철강산업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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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제조업... 차·조선·철강산업 어디로 가나
  • 진명은
  • 승인 2018.05.29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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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은 물론 조선 철강 등 한국 주력 제조업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덩치 큰 대기업마저도 `돌연사`할 수 있다는 절박함이 커지고 있다. 국내외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하며 매출 타격이 심각해졌고 각종 정부 규제가 발목을 잡으며 미래 먹거리 확보는 요원해졌다. 자동차·조선 등 부실업종이 대거 구조조정 도마에 올랐는데 최근 미국발 통상전쟁까지 겹치면서 불황 공포는 더 커지는 분위기다.


단적인 예가 한국GM 공장, 현대중공업 조선소 등이 잇달아 폐쇄된 군산이다. 군산은 잇달아 폐업 폭탄을 맞고 지난달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64% 급감했다. 체불임금이 150억원에 달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0% 불어났다. 근로자 `엑소더스`로 지역 인구마저 급감했다. 지난해 이후 4월까지 3600명이 다른 지역으로 주소지를 옮겼다. 군산 주민은 "1개 면이 통째로 없어졌다"고 푸념했다.

지난 25일 오후 찾은 군산 오식도동 한국GM 공장은 석 달 넘게 공장이 멈춘 탓인지 정문 근처에서 행인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한때 금요일 퇴근길 근로자들이 몰려 떠들썩했던 상권은 마비 상태에 빠진 지 오래다. 군산시 관계자는 "직원들이 대거 빠져나가며 오식도동에서 유일한 공동주택인 한성아파트에는 저녁에 불 켜진 집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라며 "인근 원룸 60%가 텅텅 비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군산 산업단지 분위기가 워낙 을씨년스러워 가로등을 더 밝게 켜 놓으라고 지시해 놨을 정도"라고 전했다.

군산·광주·전주를 필두로 한 서남권 자동차 벨트는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 서남권 벨트에서는 연간 자동차 59만8000대를 만들어 다른 주력 생산지인 영남권(184만6000대), 인천·경기(132만5000대)에 이은 3대 생산 거점으로 꼽힌다. 타이어·부품 등 배후 생산 기지도 집중됐다.

하지만 기업 경영 악화로 호남 경제 붕괴 신호탄이 되고 있다. 실제 올 들어 상용차를 생산하는 현대차 전주공장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은 업황 부진과 구조조정 여파로 공장을 자주 중단해야 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한국 차 생산량 400만대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제기된다. 한국은 2005~2015년 세계 차 생산 5위 아성을 지켰지만 지난해 생산(411만대)은 201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가라앉으며 7위 멕시코와 격차가 불과 4만대로 좁혀졌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올해 한국이 멕시코에 역전당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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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해양사업본부. 100만㎡에 달하는 거대한 야드에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수주받은 해양플랜트 모듈 건조 작업 달랑 한 건만 이뤄지고 있다. 오는 7월 모듈을 모두 납품하고 나면 이곳 야드는 텅 빈다. 만성적인 조선업 불황에 현재 해양플랜트 수주 물량이 `제로`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업황 부진에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말 해양사업본부 야드 일부를 현대미포조선에 쪼개 팔았다. 지난달에는 세 번째 희망퇴직을 실시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한 직원은 "불황에 중국이 저가 물량을 앞세워 공격적으로 플랜트를 따가고 있다"며 "수주를 성사시키기 위해 원가는 낮추고 생산성은 높여야 하는 이중고에 빠진 셈"이라고 한숨지었다.

수년간 이어진 불황과 구조조정에 `부자도시` 거제는 옛말이 됐다. 2015년 9만2164명(375개 업체)에 달했던 조선업계 근로자는 지난해 말에는 5만4136명(270개)으로 급감했다. 2년 새 4만여 명이 일자리를 잃은 셈이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마저 구조조정에 돌입하며 협력사들은 덩달아 위기를 맞았다. 협력사 관계자는 "일감 타격에 이제 하도급에서 하던 일을 원도급이 하면서 협력업체들이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며 "연봉이 반 토막 났지만 오히려 일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철강 부품업체가 많은 부산은 최근 미국이 주단조품·알루미늄에 10~25%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비상이 걸렸다. 철강업체 관계자는 "원래 올 하반기 미국 수출 물량이 있었는데 높은 관세 때문에 수출 취소를 검토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유정용 강관에 대해서도 수출 쿼터를 강제하며 악재가 가중됐다.


강관업체 관계자는 "이미 5월 생산량으로 우리 업체의 올해 쿼터는 다 소진했다"며 "당장 6~9월까지 생산하는 유정용 강관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울상을 지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유정용 강관 국내 생산량은 83만t을 넘겼지만 최근 발표된 유정용 강관의 올해 미국 수출 쿼터는 55% 수준인 46만t에 불과하다. 포항은 극심한 경기 부진의 늪에 빠졌다. 현재 포항철강산단 내 가동 중인 304개 공장 가운데 올 들어서만 19개 공장이 가동을 멈췄다.


진명은 인턴기자 ballad@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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