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자마자 제 1야당의 대표가 지원유세를 하지 않겠다는 사상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당초 충북 제천과 충주를 찾을 예정이라고 공지했다가 선거지원 업무로 변경하며 선거유세 지원을 취소했다.
갑작스런 일정 변경에 당 안팎에서는 "뭔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홍 대표의 막말과 거짓 선동은 후보들의 '홍준표 패싱'만 가속화하고 있다. 오늘 유세 일정 취소는 이런 점들이 모두 고려됐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한국당 내부의 조직적 반발이 홍 대표의 유세지원을 전격 취소하게 만든 동인이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예전같으면 전국에서 밀려드는 지원유세 일정을 짜느라 당 대표실 전화기에 불이 났을 법하지만 이번에는 거꾸로 대표의 지원유세를 막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가 결국 이런 사단이 벌어지고 말았다. 최근 홍 대표의 전국 지원유세에 광역단체 후보들이 나타나지 않은 일이 몇 번 있었던 것이 이번 사태의 전조였던 것이다.
이런 갑작스런 사태에 대해 홍 대표의 한 최측근은 '일요일은 일체 유세 안 하기로 했다. YS도 그랬다. 어제 6군데 강행군을 하다보니 무리이고 오늘은 쉬면서 정국 전략을 구상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기자들에게 긴급 발송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에도 엇박자가 있었다. 최측근은 홍 대표의 유세 일정 취소가 '휴식 차원'에서라며 애써 조직적 반발 기류를 나타내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홍 대표의 해명은 이런 것과 사뭇 달랐다. 홍 대표는 3일 6·13 지방선거를 열흘 앞두고 중앙당 전략회의 주재 등 지방선거에서 지원유세를 하지 않고 ‘공중전’에 집중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일부 광역 후보들의 의견이 타당하다는 판단이 들어 그분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내일부터 나는 유세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선거만 이길 수 있다면 내가 무엇인들 못 하겠느냐”며 이렇게 적었다.
홍 대표는 “일부 광역 후보들이 이번 선거를 지역 인물 대결로 몰고 가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며 “내가 유세에 나서니 문재인·홍준표 대결로 고착화 되고, 지금은 문 대통령 세상인데 문재인·홍준표 대결로는 선거에 이길 수 없고, 민주당 후보는 북풍으로 선거를 치르려고 하면서 문 대통령 뒤에 숨어버리기 때문에 이번 선거가 깜깜이 선거가 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일부 후보들 의견이 타당하다는 판단이 들어 그분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내일부터 나는 유세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며 “이번 선거는 문재인·홍준표 대결이 아니라 지방행정을 누가 잘 할수 있느냐 하는 지방선거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한국당 전국 재·보선 지역 국회의원, 광역·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 (후보자) 모두 훌륭한 분들”이라며 “이미 제가 던진 메시지는 널리 전파가 되어 이번 지방선거는 북풍선거가 아니라 민생파탄 심판 선거가 됐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 내부전략회의를 열고 이번 지방선거 전략의 선거구도를 중앙정치 이슈 대결구도가 아닌 지역현안 이슈 대결구도로 전환하기로 한 바 있다.
이에 Δ지역에서는 민생과 지역문제에 집중하고 정치경제 현안은 중앙당서 다룸 Δ선거 구도가 지역 후보자간 대결로 치러질 수 있도록 전환 Δ지방선거를 전략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공중전과 지상전 역할 분담 Δ당 대표는 중앙당에서 전략회의 주재 등 ‘공중전’ 집중 등의 사항을 확정했다.
홍 대표는 향후 중앙당에서 주로 정치경제 현안에 관한 회의를 주재하는 한편 현장 유세는 ‘원 포인트’ 형식으로 주요 지역에만 방문하는 식으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제1야당의 대표가 지방선거 유세에 나서지 않는 '식물대표'가 됨으로써 홍 대표의 리더십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됐다. 또한 지방선거 결과가 관계 없이 사퇴론이 나올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민심과 동떨어진 막말 행보가 빚어낸 자업자득이라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