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여성 승무원들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기쁘게 하라는 지시에 따라 노래와 율동을 한 영상이 공개됐다. 승무원들은 가요 ‘장미의 미소’를 개사해 불렀다. 가사 중 ‘그대’를 ‘회장님’으로 바꾼 것이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듣기도 민망하다”며 비난했다.
KBS는 2014년 5월 인턴 교육 수료를 앞둔 신입 승무원들이 박 회장 방문을 앞두고 환영행사를 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6일 공개했다. 이 영상은 현직 승무원이 제보한 것으로 4개월 훈련 기간 동안 박 회장이 방문할 때마다 이런 공연에 강제 동원됐다고 주장했다.
영상에는 십수 명의 승무원들이 빨간 하트 모양의 종이를 들고 율동을 하며 ‘장미의 미소’를 개사해 열창했다. 노랫말은 “새빨간 장미만큼 회장님 사랑해, 가슴이 터질 듯 한 이 마음 아는지, 회장님을 뵙는 날, 자꾸만 떨리는 마음에 밤잠을 설쳤었죠. 이제야 회장님께 감사하단 말 대신 한 송이 새빨간 장미를 두 손 모아 드려요”라는 내용으로 개사됐다.
승무원은 이 공연을 본 삼 회장은 기를 받아 간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승무원은 신체 접촉을 지시받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회장님과의 만남에 감동하는 역할을 맡은 승무원도 있었다고 전했다.
현직 승무원은 “‘회장님’ 이러면서 안아드리고 또 사랑합니다 해드리고. 손을 깊숙이 잡아라. 안을 때도 꽉 안아라 이런 식으로 지시를 한다”며 “회장님이 오시면 항상 눈물 흘리는 역할이 있다. 반갑게 맞아 드러야 하는 기쁨조? 내가 이러려고 승무원을 지원했나...”라고 KBS에 말했다.
육아 휴직 후 복직한 승무원들은 직접 접은 종이학 1000마리를 선물해야 한다는 제보도 있었다. 앞서 박 회장은 지난 3일 기내식 대란으로 파장이 커진 와중에도 아시아나 승무원들의 환영을 받으며 귀국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일었다.
중국 골프 행사에 참석했다 귀국한 박 회장은 취재진을 피해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한 현직 승무원은 JTBC에 “박 회장 입국 뒤 승무원들이 꽃을 들고 환영했다”고 폭로했다.
지난 2월에도 박 회장에 대한 여승무원들의 ‘미투’ 폭로가 제기되기도 했었다. 당시 한겨레는 박 회장이 매달 첫째 주 목요일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를 방문해 여승무원들에게 부적절한 ‘스킨십’을 해왔으며 남성 관리자들은 승무원들에게 ‘박 회장이 오면 달려가 안겨야 한다’는 교육을 했다고 보도했었다. 또 회사 행사 때마다 승무원들이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섹시 댄스를 추는 등의 장기자랑에 동원됐다며 관련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