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이 ADHD 치료제를? 머리 좋아지는 약으로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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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이 ADHD 치료제를? 머리 좋아지는 약으로 오해
  • 진명은
  • 승인 2018.07.23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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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페타민 포함 ADHD치료제, 주의력·집중력 산만한 아이 뇌 각성으로 일시 개선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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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가 기억력 개선이나 집중력을 높이는 데 좋다고 알려지면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이를 복용하는 일반인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에서도 매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두고 일부 수험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ADHD 약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의료 전문가들은 일반인이 ADHD 약을 먹으면 학습 능력이 향상되는 대신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복용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와 영국 칼리지런던대 공동 연구진은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지난해 학습능력 향상을 위해 ADHD 증상 완화용으로 사용하는 암페타민과 같은 `중추신경흥분제`를 복용한 사람이 2015년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1937년 미국 정신과의사 찰스 브래들리가 `벤제드린`이라는 약물을 이용해 주의력이 산만한 아이들을 변화시켰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뒤 아데랄·리탈린과 같은 암페타민이 ADHD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논문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중추신경 흥분제로 뇌에 각성 효과를 일으켜 일시적으로 뇌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암페타민은 ADHD 처방에 주로 사용된다. 문제는 ADHD 환자 외 일반인도 암페타민을 먹었을 때 집중력과 기억력이 개선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유럽 수험생과 대학생이 벼락치기 공부를 할 때 암페타민을 복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08년 학술지 `네이처`가 과학자 142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20%가량이 뇌기능 강화를 위해 이들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처럼 약물을 당초 의료 목적 외 비의료적 용도로 사용하는 행위를 `약학적 인지능력 향상(PCE)`이라고 부른다. 연구진에 따르면 중추신경 흥분제를 PCE로 활용하기 위해 1년 이내 복용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2015년 5%에서 2017년 14%로 크게 늘어났다. 2015년에는 7만9640명, 2017년에는 2만9758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이번 연구에는 아데랄·리탈린과 같은 ADHD 치료제뿐 아니라 수면장애 치료제 `모다피닐`과 코카인도 포함됐다. 


이들 약물을 가장 많이 복용한 국가는 미국으로 2015년 응답자 중 20%가 집중력이나 기억력 향상을 위해 약물을 복용했다고 밝혔지만 지난해에는 30%에 달했다. 같은 기간 프랑스는 3%에서 15%, 영국은 5%에서 23%로 껑충 뛰어올랐다. 한국 역시 매년 수능을 앞두고 일부 수험생 사이에서 이들 약물이 유행한다는 보도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네이처는 "이 같은 약물이 지적 수행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며 "많은 인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기억 개선 효과가 적거나 플라세보(위약) 효과일 경우가 높다"고 지적했다. 2013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이 학술지 `신경약리학`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건강한 성인 46명을 대상으로 아데랄 복용이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인지기능 향상이 착시 효과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인지기능 향상이 나타나긴 했지만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유의미한 차이는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해 미국글로벌뇌과학재단이 학술지 `뇌와 행동`에 발표한 리뷰 논문 역시 마찬가지였다. 당시 연구진은 "과거 발표된 PCE 관련 논문을 분석한 결과 대학생이나 청소년, 운동선수 등 일반인이 ADHD 치료제를 복용했을 때 인지능력이 향상된다는 보고는 일부에 국한됐다"며 "오히려 이 같은 약물 오용은 정신병, 심근경색, 심근증, 갑작스러운 죽음 등과도 연관이 있는 만큼 장기적인 연구와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ADHD로 인한 집중력 장애는 신경전달물질 부족 등의 원인으로 발생하지만 일반인의 집중력 감소는 체력 저하와 피로 등에 의해 발생한다"며 "정상인이 ADHD 치료제를 잘못 복용하면 두통, 불안감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심각한 경우 환각, 망상 등 정신과적 증상뿐 아니라 자살까지 시도할 수 있기 때문에 성적을 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시험을 앞둔 아이에게 이 약을 복용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진명은 기자 ballad@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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