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작가가 23일 밤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유 작가는 노 원내대표의 오랜 정치적 동지였다. 한때 정의당 당원으로 활동하며 노 원내대표에게 힘을 싣기도 했다. 자신의 탈당 사실은 지방선거 당일인 지난달 13일 MBC 선거 특집방송에서 뒤늦게 밝혔다. 정의당은 그 이튿날 당내 커뮤니티 게시판에 “유 작가가 정치에서 더 멀어지길 원해 탈당했다”고 설명했다.
노 원내대표는 JTBC 시사예능프로그램 ‘썰전’에서 유 작가의 하차로 비워진 진보 논객 자리를 채웠다. 진행자 김구라는 노 원내대표의 첫 방송인 지난 5일 “유 작가가 후임으로 노 원내대표가 들어온다는 말에 ‘그렇다면 안심하고 떠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유 작가와 노 원내대표는 그만큼 서로를 믿고 의지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빈소에서도 오열을 터뜨렸던 유시민은, 오랜 정치적 동지 노회찬을 떠나보내면서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정치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그 자신이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그 비수를 피하기 위해 한발짝 떨어져 있었지만 결국 노회찬은 정치의 비정함에 희생되었다는 생각에 가슴이 무너졌을 것이다. 죽음을 강요하는 정치가 과연 정상적인 것인지, 유시민의 눈물이 그 의미를 되묻는 것 같다.
노 원내대표는 블로그 필명 ‘드루킹’을 사용해 포털 사이트 댓글 여론을 조작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더불어민주당원 김모씨의 측근이자 자신의 경기고 동창인 변호사로부터 2016년 3월 정치후원금 5000만원을 수수하고, 드루킹의 활동 단체인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으로부터 강의료 2000만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었다.
노 원내대표는 그동안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받은 적이 없다”며 드루킹 특검 수사에 응할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이날 오전 9시38분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노 원내대표가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아파트 17·18층 사이 계단에서 노 원내대표의 유서가 담긴 정장 겉옷을 발견했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