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역사상 최대 미스터리로 꼽히는 말레이시아항공 MH370편 실종 사건은 결국 ‘영구 미제’로 남게 될 공산이 커졌다. 말레이시아 교통부가 30일 사고 발생 4년4개월 만에 내놓은 495쪽의 최종 보고서에서도 사고 원인과 추락 장소 등 의문을 해소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조사 책임자인 콕수촌 전 민간항공국장은 이날 최종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비행기가 항로를 바꾼 이유를 알 수 없었으며 실종의 진짜 이유를 알아내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현지 더스타 등이 보도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사고 당시 조난 신호를 보내는 송신기가 오작동하고, 비행기 경로를 감시하는 베트남 호찌민공항의 교통항공관제사들이 비상시 매뉴얼을 따르지 않는 등 실수가 있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그러나 이들 모두 사고 원인 규명의 단서는 되지 못한다.
보고서는 MH370편의 경로 이탈이 시스템상 오류가 아닌 ‘수동 조작’에 의한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원격조종 등에 의한 탈취 의혹을 부인한 것이다. 하지만 기장 자하리 아흐마드 샤의 자작극은 아니라고 했다. 그가 사건 전 자택의 비행 모의 장치에서 인도양 항로를 찾아본 사실이 알려지며 일각에서 ‘동반 자살설’을 제기했다. 콕수촌 전 국장은 “제3자의 불법적 개입이 있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MH370편은 2014년 3월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떠나 중국 베이징으로 향하던 중 갑자기 인도양으로 방향을 튼 뒤 사라졌다. 비행기에는 중국, 호주, 프랑스 등 14개국 승객 227명을 포함, 총 239명이 타고 있었다. 중국인이 152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후 말레이시아와 중국, 호주 정부는 공동수색작전을 시작했다. 12만㎢에 걸쳐 인도양 해역을 뒤졌지만 성과는 없었다. 2015년 7월 인도양의 프랑스령 레위니옹섬에서 발견된 2m 길이의 날개를 포함해 기체 일부만 찾았다. 지난해 1월 수색은 종료됐다.
1년 후인 지난 1월 말레이시아 정부는 미국 해양탐사업체 오션인피티니와 계약을 맺고 추가 수색을 시작했다. 최첨단 무인기를 동원, 12만5000㎢에 달하는 바다를 뒤졌지만 이번에도 성과는 없었다. 결국 지난 5월29일 3년 넘게 이어진 수색작업은 끝났다.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당국으로부터 보고서를 받아본 실종자 가족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보고서에 “결론도, 새로운 내용도 없다”고 혹평했다. 이 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영국인 변호사 그레이스 네이선은 “조사팀 답변은 깊이가 없었고 일부는 적절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비행기의 위치를 파악할 신빙성 있는 증거가 발견될 경우 수색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4년이 넘는 수색활동과 조사에도 불구하고 말레이항공 실종사건은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게 됐다. 사건 관련 당사자들은 모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조종사 관련 증거도 확실하게 입증된 것이 없다. 확실한 것은 수동조작으로 경로를 이탈했다는 것인데 이는 기장의 불순한 의도였거나, 하이재킹 또는 제 3자에 의한 자살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그 어떤 가설도 항공기의 실종과 함께 바닷속에 묻혀버렸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