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달러 관세전쟁 이어 2000억달러 부과 초읽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70억달러(약 300조1000억원) 규모 중국산 제품에 추가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지난 7일 위협했다.
이는 미국이 이미 부과했거나 부과할 예정인 고율 관세와 별개로, 이것마저 실행된다면 사실상 미국이 수입하는 모든 중국산 제품에 관세 폭탄이 매겨지게 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 간 관세전쟁에 따른 가격 인상을 우려한 애플에 대해 중국 대신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 것을 촉구하는 등 재계 우려에 귀를 막은 채 `마이웨이(My Way) 행보`를 보다 강화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우리가 얘기하고 있는 2000억달러 규모에 대해서는 그들(중국)과 무슨 일이 일어나느냐에 따라 곧(very soon) 취해질 수 있다.
어느 정도 중국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이런 말을 하기 싫지만, 그 뒤에는 내가 원하면 짧은 공지를 통해 취할 준비가 된 또 다른 2670억달러 규모가 있다. 그것은 완전히 방정식(상황)을 바꿀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2000억달러 규모`는 지난 6일 의견 수렴 절차가 종료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계획을 지칭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초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2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당초 계획한 10%에서 25%로 올릴 것을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현재 의견 수렴 절차가 끝난 만큼 언제든지 `관세 폭탄`이 투하될 수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어느 정도 중국에 달려 있다"고 언급한 것은 일단 강행을 미루면서 이보다 더 큰 관세 폭탄 계획을 내세우며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WSJ는 고위 관리 말을 인용해 "2000억달러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는 곧 부과되겠지만 구체적인 시기는 불명확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2670억달러 관세 부과`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3라운드에 접어들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1라운드는 미국과 중국이 지난 7월 6일부터 500억달러 규모 상대국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한 것이다. 2라운드는 미국이 `관세 폭탄` 투하 준비를 마친 2000억달러에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와 이에 대한 중국 측 대응이다. 중국은 미국이 중국 수입품 2000억달러 규모에 대한 고율 관세를 매기면 당장 보복하겠다고 수차례 밝혀 왔다.
양국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으로 한 발짝도 양보할 태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2670억달러 규모에 대한 추가 고율 관세마저 부과된다면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3라운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할 것으로 우려된다.
500억달러, 2000억달러, 2670억달러를 합한 5170억달러는 지난해 미국 대중 수입 규모보다 많은 액수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대중 수입 규모는 5055억달러에 달한다. 한마디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수입하는 모든 중국산 제품에 관세 폭탄을 때리겠다며 중국을 바짝 조이고 있는 셈이다.
무역전쟁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글로벌 공급·가치 사슬에 위협을 가해 미국 내 수입품 가격 상승에 따른 경제 활동 위축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불만을 제기하는 쪽에 면박을 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트위터 계정에 "애플 (제품) 가격은 우리가 중국에 부과할 수 있는 엄청난 관세 때문에 인상될 수 있지만 `제로` 세금이 부과될 수 있는 쉬운 해결책과 세금 우대가 있다. 제품을 중국 대신 미국에서 만들면 된다. 지금 새로운 공장을 건설하기 시작하라"고 적었다.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애플에 불만을 표한 것이다. CNBC 등 주요 미국 언론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5일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산 제품 관세 부과에 대한 우려를 담은 서한을 USTR에 전달했다.
애플은 서한에서 "중국산 제품에 2000억달러 관세가 부과되면 애플워치, 에어팟, 애플 펜슬, 맥미니, 어댑터, 충전기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무역전쟁으로 인해 미국 소비자가 애플 제품을 구매할 때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우려를 제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에 면박을 줬지만 무역전쟁 장기화에 따른 피해가 불가피한 만큼 물밑에서는 중국과 대화를 통해 사태 해결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7일 블룸버그TV, CNBC에 잇따라 출연해 "미국의 요구에 대한 중국 측 반응이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얘기하고 있고, 개인적 만남에도 열려 있다"며 "이달 말 유엔총회나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엔총회는 뉴욕에서 오는 18일부터 10월 1일까지 진행된다. 다만 지난달 23일 양국이 무역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회동을 진행하고 있는 와중에도 상대국 제품 160억달러에 대한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등 대화를 하더라도 절충점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진명은 기자 ballad@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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