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은 대개 칭찬에 익숙하지 않다. 특히 앞에 두고 ‘좋은 말’을 들으면 손사래를 치면서 거부하기도 한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비슷했다. 북한 간부의 '백두혈통' 칭찬과 조금은 과한(?) 아부에 자신도 모르게 멋쩍어 등을 돌리는 장면을 연출했다.
문재인 대통령·김정숙 여사와 김정은 위원장·리설주 여사는 20일 오전 백두산 천지에 올랐다. 이날 백두산 꼭대기인 천지 날씨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예보와 달리 너무 청명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측 고위 관계자들 사이 화기애애한 농담을 주고받았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칭찬에 머쓱해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옆에 선 김영철 부위원장에게 “날씨가 춥다고 하더니 춥지가 않네”라고 말을 건네자 김영철 부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백두산에 이런 날이 없다. 오직 우리 국무위원장님이 오실 때만 이렇다. 백두산의 주인이 오셨다고 그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도 "아 그런가요?" 하고 반색하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김영철 부위원장의 칭찬을 들은 김정은 위원장은 고개를 돌려 멀찍이 걸어갔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일기예보도 우리가 실무회담을 할 때는 기온이 내려가고 비가 온다고 해서 오실 수 없다고 말씀을 드렸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이 올 때는 100% 날이 (맑을 것)”이라고 농담했다. 이 말에 김정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를 포함한 주변인들이 모두 웃었다.
백두를 마주하고 선 두 정상의 '등산' 모습 연출은 평양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였다. 한민족의 영이 서린 백두산에서 '한 민족'의 염원과 소망을 마음속으로 기도했을 두 정상. 단순한 백두산 방문이 아닌 한민족의 '재합수'를 상징하는 뜻깊은 사변이었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