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우병우, 검찰 인맥 활용 '몰래 변론'...10억원 넘게 불법 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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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우병우, 검찰 인맥 활용 '몰래 변론'...10억원 넘게 불법 수임"
  • 성기노
  • 승인 2018.10.17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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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013년 검찰에서 퇴직한 뒤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검찰 인맥’을 활용해 검찰 수사를 무마해주겠다며 대기업 등 의뢰인으로부터 총 10억5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경찰이 밝혔다. 우 전 수석은 사건을 수임한 뒤 변호사 선임계도 내지 않고 개인적으로 수사 관계자와 접촉하는 등 이른바 ‘몰래 변론’을 했고, 검찰은 우 전 수석이 맡은 사건을 무혐의 처리하거나 내사 종결했다고 경찰이 전했다. 


사건을 수사해온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이를 ‘전관 변호사에 의한 법조 비리 사건’으로 보고 현재 구치소에 수감 중인 우 전 수석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17일 밝혔다. 


우 전 수석은 2013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을 끝으로 퇴직한 뒤 곧바로 변호사 개업을 했고, 2014년 5월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일하기 전까지 1년 가까이 변호사로 활동했다. 우 전 수석은 이 시기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대기업 등으로부터 내사 종결, 무혐의 처리 등을 약속하며 사건을 수임받아 총 10억5000만원을 수임료로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런 방식으로 우 전 수석이 수임한 사건은 가천대 길병원 경영진의 비자금 사건, 현대그룹 비선실세 의혹 사건, 주식회사 건화의 4대강 사업 입찰 담합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우 전 수석의 장담대로 검찰에서 모두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우 전 수석은 수사 책임자와의 친분을 내세워 사건을 수임했지만, 변호사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은 채 개인적으로 수사 관계자와 접촉한 것으로 드러나 “정상적인 변호인의 활동이 아닌 공무원에 대한 청탁 명목의 사건 수임”이라고 경찰은 판단했다. 


경영진의 횡령 혐의로 2013년 인천지검 특수부에서 수사를 받던 가천대 길병원은 2014년 1월 우 전 수석에게 착수금 1억원을 주고 사건을 맡겼다. 당시 길병원은 국내 최대 로펌을 선임해 수사에 대응하고 있었지만, 2013년 말 인천지검 지휘부와 담당 수사팀이 교체되고 사건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최재경 당시 신임 인천지검장과 친분이 두터웠던 우 전 수석에게 사건을 의뢰한 것이다.


우 전 수석은 길병원에 “3개월 내에 끝내주겠다”며 수임 계약을 맺었고, 이후 한 차례 최 지검장을 개인적으로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만남 일주일 후 검찰은 길병원 경영진을 무혐의 처분했다. 경찰 관계자는 “(우 전 수석이) 수사팀에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하거나, 의견서 제출이나 수사기록 열람 등 어떠한 정상적인 변론 활동도 하지 않았다”면서 “그럼에도 사건은 계약 조건대로 수임 3개월 직후 종결됐고, 2억원의 성공보수를 추가로 받았다”고 말했다. 


우 전 수석은 2013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에서 수사한 현대그룹의 비선 실세 및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도 검찰 관계자를 통해 수사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무혐의 처분을 받게 해주겠다며 착수금 2억5000만원을 받고 사건을 수임했다. 현대그룹은 대형로펌 등 다수의 변호인을 선임해 1년 가까이 검찰 수사에 대응했지만 수사는 길어졌고, 우 전 수석이 사건을 맡은 지 약 한 달여 만에 검찰은 현대그룹 경영진을 모두 무혐의 처리했다. 이후 우 전 수석은 4억원의 성공보수를 추가로 받았다. 


우 전 수석은 경찰 수사에서 “법률 자문을 조건으로 계약을 했고 공동 변호인의 로펌 회의에도 2~3차례 참석하는 등 변호인으로 정당한 변호 활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대그룹 측은 이미 다수의 변호인이 선임돼 있어 법률 자문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고, 우 전 수석의 ‘검찰 인맥’을 활용하기 위해 선임 계약을 했다고 진술해 경찰은 ‘청탁 목적의 선임’이라고 판단했다.


우 전 수석은 4대강 입찰 담합 혐의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의 수사를 받던 설계업체 건화로부터 “수사가 내사 단계에서 종결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조건으로 착수금 5000만원을 받은 뒤 실제 수사가 종결되자 성공보수 5000만원을 추가로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우 전 수석이 이들 사건을 수임하며 의견서 제출이나 수사기록 열람과 같은 정상적인 변론 활동을 하지 않은 점, 해당 사건의 의뢰인들이 경찰 조사에서 그의 ‘검찰 인맥’을 이용해 무혐의 종결 등을 의도했다고 진술한 점 등으로 미뤄 우 전 수석의 행위는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변호사법 111조는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 또는 사무와 관련해 청탁 또는 알선을 한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변호사 재직 중 청탁 목적으로 거액의 금품을 받았다가 유죄가 확정된 홍만표 전 검사장, 최유정 전 부장판사의 대법원 판례를 분석하고 법학교수 등 법률전문가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우 전 수석의 행위에 불법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경찰은 우 전 수석이 당시 검찰 관계자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청탁을 했는지, 이들 사이에 청탁을 대가로 돈이 오갔는지 여부 등에 대해서는 검찰의 수사 비협조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구체적인 청탁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우 전 수석의 금융거래 내역과 검찰 출입기록 등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여러 차례 신청했지만 검찰이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줄줄이 반려했다고 밝혔다. 또 우 전 수석이 맡았던 사건을 담당한 당시 검찰 관계자들도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오지 않아 경찰 수사팀이 직접 찾아가거나 전화 통화를 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이었다고도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청탁 내용과 금품 거래 등을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총 4차례 신청했으나 검찰 단계에서 모두 반려돼 확인하지 못했다”며 “다만 공무원에 대한 청탁 명목으로 돈을 받은 것 자체가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말했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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