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PC방 살인 사건의 피해자를 맡았던 의사가 “모든 상처는 목과 얼굴, 손에 있었다. 하나하나가 깊었다”고 밝혔다.
19일 오후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임상조교수(35)는 자신의 페이스북(▶바로가기)에 “나는 강서구 PC방 피해자의 담당의였다”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글에서 남궁인 교수는 “처음엔 함구할 생각이었다”라면서도 “하지만 사건이 보도되기 시작하고 많은 사실이 공개됐다. 심지어 CCTV나 현장 사진까지 보도됐다. 그러기에 이제 나는 입을 연다”며 조심스레 글을 이어갔다.
그는 실려온 피해자를 처음 마주했을 당시의 상황을 묘사했다. “상처가 너무 많았다. 게다가 복부와 흉부에는 한 개도 없었고, 모든 상처는 목과 얼굴, 칼을 막기 위했던 손에 있었다. 하나하나가 형태를 파괴할 정도로 깊었다. 피범벅을 닦아내자 얼굴에만 칼자국이 삼십 개 정도 보였다” “모든 상처는 칼이 뼈에 닿고서야 멈췄다. 두피에 있는 상처는 두개골에 닿고 금방 멈췄으나 얼굴과 목 쪽의 상처는 푹 들어갔다. 귀는 얇으니 구멍이 뚫렸다. 양쪽 귀가 다 길게 뚫려 허공이 보였다. 목덜미에 있던 상처가 살이 많아 가장 깊었다. 너무 깊어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피해자의 친구가 손이 벌어져 모아지지 않았다고 후술한 기록을 보았다. 그것이 맞다. 다시 말하지만, 하나하나가 형태를 파괴할 정도로 깊었다” 등이다.
글에 따르면 피해자는 병원에 도착한 순간에 이미 의식이 없었으며, 현장에서 많은 피를 쏟고 온 상황이었다. 남궁인 교수는 “얼굴과 손의 출혈만으로 젊은 사람이 죽었다. 그러려면 정말 많은, 의도적이고 악독한 자상이 필요했다”고 회고했다.
남궁인 교수는 “고인과 유족에게 누가 되려는 마음은 전혀 없다. 다만 나는 억측으로 돌아다니는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언급함으로써 이 사건의 엄중한 처벌과 진상 조사가 이루어지고, 사회적으로 재발이 방지되기를 누구보다도 강력히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우울증은 그에게 칼을 쥐어주지 않았다. 그것은 그 개인의 손이 집어 든 것이다. 오히려 이 사건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고작 심신미약자의 처벌 강화를 촉구하는 것이라는 게 더욱 안타까울 뿐”이라고 밝혔다.
최근 서울 강서구 소재 모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21세 청년이 불만을 품은 남성에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며, 사회적 공분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장에 있었던 동생 역시 공범으로 입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지만 경찰은 이를 반박했다. 살인 혐의로 검거된 피의자 측은 우울증약을 수년간 복용해 왔다고 밝혀, 심신미약 등으로 형을 감경하는 것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진행됐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