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 정지 수준의 음주 상태로 차를 몰다가 적발된 이용주 민주평화당(전남 여수갑) 의원이 사고 약 열흘 전 음주운전을 살인에 빗댄 글을 블로그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음주운전 적발로 논란이 된 뒤 이 글을 블로그에서 삭제했다.
이용주 의원의 블로그에 지난달 21일 올린 음주운전 비판 글은 삭제돼 1일 현재 확인이 불가능하다. 이 글은 음주운전 피해를 당한 윤창호씨의 친구들에게 받은 편지를 공개한 글이었다. 윤창호씨는 복무 중 휴가를 나와 음주운전 차에 치여 뇌사에 빠졌다. 윤창호씨의 가족과 친구들은 해외보다 국내 음주 운전 처벌이 미약하다고 지적했고 음주 운전 처벌을 강화한 일명 ‘윤창호법’을 발의까지 끌어냈다. 윤창호씨의 친구들은 법안에 동의한 국회의원 103명에게 편지를 썼다. 그 중 한 명이 이용주 의원이었다.
편지를 받은 이용주 의원은 자랑스레 이 편지를 공개했다. 그는 편지를 올리면서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닌 살인행위”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윤창호씨 친구들은 이용주 의원에게 쓴 편지에서 “‘윤창호법’ 발의에 동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음주운전, 인식 개선이 필요합니다. 끝까지 부탁드립니다”라고 감사 인사했다.
이용주 의원은 “‘윤창호법’은 이런 음주운전에 대한 인식과 의식을 바꾸자는 바람에서 시작된 법”이라며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살인죄’로 처벌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1년 이상 유기징역이라는 초라한 법으로 처벌하고 있다. 국민적 인식이 개선되어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또 “'윤창호법'을 위해 힘써주는 친구들이 있어 우리의 아들 창호는 외롭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용주 의원의 음주운전 적발 소식이 보도를 통해 알려진 뒤 이 글은 사라졌다. 주소로 들어가 보면 ‘삭제됐거나 존재하지 않는 게시물이다’는 메시지만 나올 뿐, 아무런 내용이 없다. 한 입으로 두말을 한 격이나 마찬가지여서인지 곧바로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
이용주 의원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죄송하다. 제가 잘못했다”고 거듭 사과했다. 국정 감사가 끝난 뒤 전체 회식을 하고 직접 운전을 했다고 밝힌 이용주 의원은 “원래 출·퇴근할 때 직접 운전을 한다”고 밝혔다.
이용주 의원은 31일 오후 10시55분쯤 술을 마신 채 운전을 하다가 서울시 강남구에 있는 청담 공원 인근에서 음주 단속에 적발됐다. 적발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89%로 면허 정지 수준이다. 경찰은 조만간 이 의원을 소환해 자세한 음주 운전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이용주 의원도 발의 동의한 윤창호법은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안'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등으로 음주운전 가중처벌 기준과 음주 수치 기준 등을 변경하고,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사망하게 하면 살인죄처럼 처벌한다는 조항을 담고 있다.
이 의원은 검사 출신으로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이다. 이 의원의 어처구니 없는 이중행각에 여론은 분노하고 있다. "당장 의원직을 사퇴하라"는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자숙하겠다는 입장만 내고 있다. 법 수호의 최전선에 있는 국회 법사위 소속인 데다가 검사출신으로 누구보다 법 준수를 잘 알고 있는 이용주 의원은 즉각 의원직을 내려놓고 근신해야 한다. 그것이 무너진 우리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도덕성을 그나마 조금 회복시켜 주는 길이기 때문이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