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이 끝내 거부한 미국 트럼프의 한가지 추가 요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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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이 끝내 거부한 미국 트럼프의 한가지 추가 요구는…
  • 성기노
  • 승인 2019.03.0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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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사상 초유의 정상합의로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전례 없는 기자회견을 자청하면서 북-미간 진실게임 양상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특히 북한은 영변 핵 폐기 조치 외에 미국이 요구한 한 가지 ‘추가 조치’를 합의 결렬의 이유로 지목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숙소인 멜리아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을 전면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중 리 외무상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한 내용은 두 가지.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를 조건으로 전면적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했다는 것과 미국이 북한에 모든 핵시설의 폐기와 포괄신고를 요구했다는 대목이다.


리 외무상은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전면적인 제재해제가 아니라 일부 해제, 구체적으로는 유엔 제재결의 총 11건 가운데 2016~2017년 채택된 5건 중 민수(민생)경제,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 무산 직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전면적인 제재 완화를 요구했지만 미국은 그런 요구는 들어줄 수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해제를 요구했다고 언급한 민생경제 관련 대북제재는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 발사 도발로 채택된 유엔결의 2397호에 담긴 석유수입 제한 조치와 2371호의 북한 신규 해외노동자 수출 금지 등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미국과 실무협상 과정에서도 현재 50만 배럴로 제한된 정유제품 수입한도를 늘려달라고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요구한 비핵화 조치에 대해서도 북-미간 주장이 엇갈렸다. 리 외무상은 “이번 회담에서 현실적인 제안을 했다”며 “영변지구 플루토늄, 우라늄을 포함해 모든 핵물질 생산시설을 미국 전문가 입회 하에 두 나라 기술자 점검해 영구적으로 폐기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영변 핵시설 가운데 2007년 6자회담으로 이미 불능화를 약속한 바 있었던 플루토늄 생산 시설뿐만 아니라 우라늄 농축 시설까지 모두 폐기하고 이를 검증받겠다는 제안을 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회담 과정에서 미국 측은 영변 핵 폐기 조치 외에 한 가지를 더 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다”며 “미국이 우리 주장을 수용할 준비가 안됐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했다.


리 외무상이 하노이 합의 결렬의 핵심 이유로 꼽은 ‘한 가지 조치’는 모든 핵시설에 대한 포괄적 신고가 유력한 것으롭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우리에겐 (비핵화) 일정표와 순서가 있다”며 “영변 핵시설을 해체한다고 해도 그 외에도 미사일 시설과 핵탄두 무기 시스템 등이 남아 있다. 핵 목록 신고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직접 밝힌 비핵화 조치에 대해서도 북한이 요구한 대북제재 해제에 충분조건이 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북한이 지목한 2016~2017년 대북제재 조치는 4~6차 핵실험과 잇따른 ICBM 도발로 채택된 제재들. 핵시설리스트를 제출을 피하면서 이 기간 생산한 핵탄두나 ICBM 기술 등을 그대로 두고 영변 핵시설만 폐기하면서 대북제재의 시계를 2016년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 석유수입 제한 조치 등이 북한을 압박해온 핵심적인 조치라는 이유에서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직접 반박하고 나서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리 외무성은 “우리의 이런 입장에는 추호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미국 측이 협상을 재개하는 경우에도 우리 방안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결렬시킨 데 대해 미국 정치권은 28일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나쁜 합의를 하기보다는 합의를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단 직후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에 관해 강력하게 대처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공화당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만약 새로운 길을 선택한다면 경제적 번영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드러내보인 것은 현명했다”면서 “김 위원장은 귀환할 때 장시간 열차로 이동하면서 북한의 미래에 대해 돌아볼 시간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다른 공화당 정치인들도 비슷한 평가를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북한 핵 위협에 대해 평화적인 결론에 도달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에 감사한다”면서 “나쁜 합의에 서명하는 것보다는 그냥 나오는 게 게 낫다”고 썼다. 그는 “좋은 협상은 오직 하나가 있을 뿐”이라면서 “안전보장과 경제적 지원에 대한 대가로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덧붙였다.


스티브 섀벗 하원의원은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에서 아무 합의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즐거운 마음으로 놀랐을 것”이라면서 “잘했다. 그렇다고 앞으로도 합의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미국 의회전문지 더힐이 전했다. 마크 루비오 상원의원은 “대통령은 미국의 의미있는 양보들에 대한 대가로 북한의 의미없는 조처들이 담긴 합의에 속아 넘어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민주당에서도 긍정 평가 대열에 합류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제안한 작은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 것도 주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비핵화”라면서 “그들(북한)은 첫 만남에서 그것에 동의하지 않았다. 두번째 만남에서도 동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들은 비핵화 없이 제재 해제를 원했다”며 “대통령이 거기서 그냥 나와서 기쁘다”고 덧붙였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위터에 “나는 북한과의 갈등을 끝낼 협상을 원한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나쁜 합의의 가능성을 우려해왔다”면서 “완전한 비핵화에 못미치는 협상은 북한을 더 강하게 만들고 세계를 덜 안전하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해온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앵거스 킹 상원의원도 “체면을 살리고 성공이라고 주장하기 위해 양보를 하기보다는 북한이 협조를 하지 않고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할 때 나와버린 것은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으로서는 무리하게 합의를 해줄 이유도, 서둘러서 북한 경제 도우미로 나설 이유가 별로 없다. 핵 위협은 일단 잦아들었고, 지금 상황에서 북한이 다시 미사일 발사로 회군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인 뒤 미국은 계속 타결을 해줄 듯 해줄 듯 '밀당'만 하고 있다. 이는 북미 협상으로 미국보다 북한이 취할 경제적 정치적 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성급하게 미국이 판을 깔아줄 이유가 없다.


반면 북한은 가장 중요시하던 체면과 자존심을 버리고 협상 테이블에 나섰지만 어이없는 뒤통수를 맞게 돼 국제적으로도 입지가 위축되고 있다. 북한으로서도 이제와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되돌아갈 수는 없다는 것이 더욱 뼈아프다. 이로써 북미 협상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미디에 북한의 국가운명이 달려있는, 초라한 약소국의 슬픈 드라마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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