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아저씨의 맥북프로 적응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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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아저씨의 맥북프로 적응기-1
  • 성기노
  • 승인 2016.04.1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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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 대 초반 제대 뒤 복학해서 ‘도스’로 부팅을 하던 구석기 컴퓨터 시대를 거치며 윈도체제에만 적응해온 중년 아저씨에게, 맥킨토시 기종은 큰 도전이다. 사실 맥북프로는 지난해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 노트북을 사려고 할 때까지만 해도 존재 자체를 몰랐다. 내게 컴퓨터란 네이버 검색과 기사 입력 워드작업과 사진 백업이 전부였다.


그러다 다운이 되면 쿨하게 플러그를 뽑았다가 다시 켜는 것으로 재부팅을 하곤 했다(결국 우리집 거실 컴퓨터는 장열하게 산화했고 몇 십만원을 주고 간신히 일부를 복구해내는 데 성공했던 적도 있었다). 컴퓨터는 으레 회사 책상에서 비번 입력과 함께 나를 반기는 그런 존재였다. 하지만 지난해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서 ‘이동 사무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연스레 노트북을 구입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윈도 컴퓨터가 대부분인 한국에서 애플 맥북프로를 쓴다는 것은 일종의 도전이다. 특히 중년 아저씨들에게는.


사실 나이가 좀 든 아저씨들은 귀찮은 걸 아주 싫어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노트북이나 휴대폰도 폭풍검색과 공구(공동구매) 등의 온갖 수단을 동원해 수십만원은 싸게 사는 비법을 잘 알고 있다. 거기에 반해 휴대폰을 제값에 주고 사는 ‘호갱’ 아저씨들은 젊은이들의 놀림감이 되기 일쑤다. 그래도 어쩌랴, 귀찮은 건 질색인 것을 ㅜㅜ 나 또한 ‘호갱’ 아저씨다. 노트북을 사려고 검색을 해보니 수백가지도 넘는 그 다양한 종류에 일단 기가 질렸고, 그 많은 것을 일일이 가성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애초에 무리였다. 일단 후배들에게 물었다. “LG가 요즘 괜찮게 나와요” “삼성도 쓸 만해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선망의 대상이었던 소니 바이오나 히타치 등 일본 제품은 거의 없어졌거나 인기상품이 아니었다.

흠... LG라... 네이버 검색을 통해 보니 또 모델이 천차만별 ㅠㅠ 그러던 차에 요즘 페이스북에서 간간이 ‘자랑글’에 오르는 ‘맥북프로’를 떠올렸다. ‘그래, 바로 이거야 ㅎㅎㅎ’


애플 리셀러샵 중 최대 규모인 만큼 프리스비 명동지점은 총 3층으로 구성됐다. 1층은

애플 전 품목의 체험이 가능한 체험존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2층은 서비스바와 세미나룸으로

구성된 문화공간이다. 필자는 1층 매장에서 직원들의 상세하고 친절한 제품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때부터 나는 맥북프로에 꽂혀버렸다. 선명한 화질에 깜찍한 애플 로고가 자꾸만 나의 디지털 감성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금세라도 나를 디지털 프론티어로 만들어줄 것 같았다. 심플함과 쿨한 디지털 모델을 창시한 스티브 잡스느님 철학의 결정체인 맥북프로. 그리고 삼성 엘지 등 안드로이드만 써온 나를 은근히 무시하는 듯한 아이폰 유저 마누라의 콧대도 이번 기회에 꺾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작용했다. ‘그래 나도 이제 온라인 매체를 만들려고 한다면 맥북프로 정도는 써줘야 엣지있는 디지털 유목민이 되고, 기사도 디지털 감성이 폴폴 묻어날 거야...’


이렇게 맥북프로는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일단 목표물을 정한 뒤 검색을 해보니 명동에 애플 판매점 ‘프리스비’라는 곳이 있었다. 그곳에 가서 직접 맥북프로를 만져보기로 했다. 귀차니즘으로 가득찬 아저씨에게는 실로 엄청난 행차였다. 매장을 들어섰을 때 젊은 직원이 다가와 친절하게 기능 설명을 해주는데.... 매끄럽게 돌아가는 영어 발음과 세련된 고객 응대법까지... ‘아 역시 애플!!!’ 그래 사야 돼... 그리고 전자제품은 무조건 최신형을 사야 한다는 아저씨의 촌스런 원칙도, 물론 적용해야지.

‘가장 최근에 나온 사양으로 보여주세요.’



영화 인턴에서 등장하는 애플 맥북프로의 모습(사진=영화 예고편 캡처)


하지만 역시 애플은 달랐다. 그 개념 직원은 “인터넷과 워드 정도 할 거면 작년 모델도 저렴하고 괜찮다”며 들뜬 아저씨를 달래는 여유까지 보여주었다. ‘와아, 선진국형 마케팅 기법이구나’ 하지만 아저씨는 결.단.코 작년 모델은 사지 않는다. 개념 직원의 충고를 귓등으로 흘려듣고 “올해 가장 최신 모델을 알려달라”고 다시 강조했다. 그렇게 해서 모델명을 알아낸 뒤 곧바로 가격비교사이트에 들어가 최저가 검색을 해보았다. 애플 대리점에서 구입을 하려 했지만 온라인에서 구입하는 것과 비교해 몇 십만원이나 차이가 났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구입하기로 했다. 가격비교사이트에서 적당히 싼 것을 골라 결제를 했다(최저가는 싸지만 혹시 몰라 피하는 편이고 적당히 중간대 가격 중에서 고른다).

‘아, 이제 나도 맥북프로 유저가 되는구나. 쏘~~~~~~쿨~~~~~~~~~’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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