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에 부쳐-어머니의 첫 문자 메시지
상태바
가정의 달에 부쳐-어머니의 첫 문자 메시지
  • 성기노
  • 승인 2016.04.30 12: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휴대폰에 분명히 어머니 이름으로 저장돼 있는데, 어머니로부터 ‘메시지’가 한통 왔다. 평소 휴대폰을 거는 것조차 어려워하시던 양반이, 웬 메시지를 보내시나 해서 봤더니 ‘성 가’라는 두 글자가 찍혀 있었다. 이게 뭔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마 ‘성기노’라는 큰 아들 이름을 쓰시다가 완성하지 못하고 보내신 모양이라고 짐작해봤다.



그런데, 휴대폰 메시지라니. 그것도 어머니께서... 집 전화로 일주일에 몇 번씩 안부를 묻고는 해서 으레 유선전화에 익숙해져 있는데. 그래서 아주 가끔 휴대폰으로 전화 오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덜컥 겁부터 나는데, 그런 분이 메시지를 보내셨다니...


몇 달 전 아버지로부터 카톡을 처음 받았을 때와는 또다른 느낌이 들었다. 아버님이야 매사에 호기심이 많아서 팔순이 넘었지만 컴퓨터도 곧잘 하시고 카톡도 가끔 유용하게 사용하신다. 주로 건강정보를 복사해서 보내신다. 아버님이야 그렇다고 쳐도, 평소 사회생활도 안해보신 어머니가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갑자기 회사를 그만둔다고 했을 때, 아니 그만두고 일방적으로 통고를 했을 때, 어머님은 상당히 충격을 받으신 모양이었다. 내색은 안했지만 오랫동안 ‘숨도 안 쉬고’ 다니던 회사를 그렇게 떠나버렸으니... 평소 무뚝뚝하고 집안 일도 잘 얘기하지 않아 언제나 내 근황이 궁금했을 어머니에게 지금도 갑작스런 퇴직에 대한 미안함을 간직하고 있다. 미리 말씀이라도 드렸다면 좋았을 것을...


그 이후로 어머님은 ‘너무 마음쓰지 말고 되는 대로 하거라’며 사업 초심자 아들을 노심초사 걱정하셨다. '사업이란 게 인력대로 안 되는 일인데...'라며 안타까워하셨다. 그 안타까움이 아마도 어머님을 휴대폰의 문자 메시지라는 문명의 이기까지 쓰게 한 동기였던 모양이었다. 예전의 걱정은 그럭저럭 세상 살면서 견딜 만한 풍파였다면, 나이 오십을 앞두고 덜컥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전쟁에 뛰어든 아들을 보면서 걱정이 너무 앞섰던 모양이었다. 그 한없는 걱정은, 내가 맥북프로를 쓰면서 느꼈을 기계치의 그것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어려웠을 문자 메시지를 쓰는 도전으로까지 이어졌던 것 같다.


자식을 낳아 보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의미를 조금씩 알아갈 때, 어머님이, 아버님이 우리 자식들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했는지 어렴풋이 느끼게 된다. 하지만 나는 감히 말하지만, 내가 평소 어렵다고 느꼈던 불가항력적인 것에 대한 도전까지는 하지 않을 거 같다. 지레짐작 포기할 거 같다. '부모님의 사랑은 가없다'라는 말을 어머님의 문자를 보며 깨달았다. 그 문자를 오래도록,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 까칠한 아들은, 어머니에게 고맙다는 말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소심하지만, 이 글을 통해 어머니에게 ‘문자 메시지 잘 받았습니다’라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추신)그 뒤로 어머님의 문자 메시지 실력은 큰누나로부터 전수받아 일취월장 하였다. 이제는 또 너무 자주 메시지를 보내시지는 않을지, 은근히 걱정이다. 그래도 어머니의 스팸문자는 아들의 영원한 원동력임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