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직한 것은 잊혀지지 않는다.'
보성으로 향하면서 이 문장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1998년 MBC 베스트극장 단막극의 제목. 녹음 짙은 보성 풍경을 처절하도록 아름답게 담아낸 작품이었다. 보성에 가게 된다면 그 때문이겠거니 했었다.
황인뢰 감독 작품. 전도연과 함께 20대 초반 소지섭의 풋풋한 연기를 볼 수 있다.
보성 버스터미널. 단촐하지만 선명한 외관을 뽐낸다. 보성에서 서울까지 거리는 501km, 쉽사리 닿는 곳은 아니다. 주중에는 한대, 주말에는 2대씩 직행버스가 다닌다.
대한다원. 보성을 대표하는 이미지. 깍아지는 듯한 계단식 녹차밭을 배경으로 1985년 조성됐다. 여름향기, 태왕사신기 등 다수의 드라마와 CF들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CNN이 꼽은 '가장 놀라운 풍경 31선'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제법 외국인이 보인다.
'어디라도 좋아요 당신은 외로운 별 아닌가요
아니아니 아니예요 나는 그저 탐욕스런 소년이지요
수화기에 입을 대고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였어요
금은보화 나와라 뚝딱 녹음 짙은 숲 속을 둘이 같이 걸어요'
조용히 걸으며, 아무도 모르라고, 노래를 흥얼거린다.
가장 높은 바다전망대. 미세먼지로 인해 시야가 답답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이날은 보성 다향제 마지막 날. 널리 유명해 보탤 필요가 없는 지역 축제다. 더운 날씨에도 인파로 북적인다. 시내버스를 주차장과 축제장을 연결하는 차량으로 운영할 정도. 행사장에 가면 직접 찻잎을 따거나, 찻잎으로 떡도 만들고 비누도 만든다.
-보성다향대축제 공식 홈페이지 : dahyang.boseong.go.kr
"다향제 뭐 볼 거 있관데. 각설이 타령이나 볼만허재. 오늘 오일장 섰응게 구경하고 갈비탕이나 드시던지."
여행지에서는 부러 택시를 타기도 한다. 가성비는 떨어지지만 안락함과 함께 매우 사적인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그날 만난 택시기사 의견은 그날 하루를 지배하기도 한다.
축제장 볕을 피해 오일장이 선 읍내로 나왔다. 녹차의 도시답게 연둣빛 빗자루가 반긴다. 인근 율표, 벌교 등에서 잡힌 해산물도 깔린다. 직접 가꾼 꽃도, 꽃보다 화려한 '몸빼'도 줄지어 섰다.
어느덧 입하. 가장 좋은 잎이 나는 때는 지났다. 잎이 커질수록 값은 싸지고,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진다.
한적한 장터 안 가장 붐비는 특미관. '남도요리 경연대회 대상 수상'이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대기표에 이름을 적는 대신 '기사님' 조언대로 시장 안 아무 곳에 들어가 갈비탕을 먹었다. 더하지도 빼지도 않은 담백한 맛.
다시 터미널 앞. 손에는 오일장에서 산 '덴드롱(클레로덴드룸)'이 들려있었다.
김임수 에디터 rock@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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