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살인사건의 원인과 대책 (feat. 남인순)
상태바
강남역 살인사건의 원인과 대책 (feat. 남인순)
  • 김임수
  • 승인 2016.05.27 19: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6년 5월 17일 새벽, 서울 강남역 한복판에서 한 여성이 잔혹하게 살해됐습니다. 가해 남성은 1시간 30분 동안 6명의 남자들을 보낸 뒤 최초로 만난 여성을 살해했습니다. 피해자의 나이는 불과 23세.


사건이 발생한 지 2주가 지났지만 '강남역 살인사건'에 대한 국민의 공분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동시에 SNS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에 대한 분노와 이를 넘어 모든 남성을 '잠재적 살인자'로 모는 시선에 대한 비판 등으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기도 합니다.


제20대 국회 개원을 앞둔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어떤 노력이 이뤄지고 있을까요.



지난 26일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송파병)은 '강남역 살인사건'에 관한 긴급토론회를 열었습니다.


남인순 의원은 이날 인사말에서 "'여자들이 나를 무시해서'가 살인의 이유로 말해질 수 있는 사회, 여자라서 맞을 수 있고 여자라서 죽을 수 있다는 사건들이 계속 발생되는 현 사회가 심각하게 우려된다"면서 "이 사건의 원인에 대한 논란보다는 ‘여성혐오’를 읽는 사회적 맥락에 주목해야한다. 여성들이 이 사건에 반응하는 현 사회에 대해 냉철하게 분석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라며 토론회를 연 계기를 밝혔습니다.


이어 남 의원은 "스토킹 범죄를 친고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처벌 수위를 높이는 내용의 '스토킹 처벌 특례법'을 20대 국회에서 1호 법안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표창원 당선자는 "이번 사건을 통해 약자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를 다시 한번 확인한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면서도 "저는 단연코 '범죄의 정치화'에 반대한다.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대안과 대책 마련에 힘을 모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표 당선자는 "앞으로 '안전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최선의 입법적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보호 장치 마련 재범 우려가 있는 사람들에 대한 안전조치 방안 범죄 취약성이 높은 장소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보완하는 작업 등을 언급했습니다.


▲ 사진=남인순 의원 공식 홈페이지


첫 번째 주제토론에 나선 송라희 한국여성의 전화 사무처장은 "여성에 대한 폭력과 성적 불평등의 악순환은 강력한 사회적 개입으로 중단될 수 있다"며 다음과 같은 정책 과제를 제시했습니다.


(1) 여성폭력근절기본법(안) 제정

(2) 국가 성평등 정책 총괄기구 필요

(3) 여성폭력범죄에 대한 통계 구축

(4) ‘여성보호’와 ‘물리적 환경 개선’ 넘어야

(5) 일상의 성평등 정착 노력 필요


이윤소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이번 사건을 다루는 언론은 대부분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으로 명명하고 있다. 이러한 언론의 태도는 '여성 혐오'를 심화시킬 것이며, 이번 사건과 같은 사건은 또 반복될 것이라는 비극적인 생각까지 들도록 만든다"며 '여/남 대결' 구도를 부각시키는 보도 태도를 꼬집었습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강남역 추모 장소에 등장한 '일베(일간베스트) 회원'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습니다.


"어떤 이들은 일베를 ‘여혐종자들’이 모여 있는 특수집단으로 간주하지만,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일베는 보통의 한국 남자들이 여성을 바라보는 관점을 조금 극단적으로 희화화해서 보여주는 사례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일베는 개그콘서트의 열화버전인 셈인데, 일베는 규범을 넘어서는 파격성을 통해 집단적 쾌락을 즐기는 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강남역에 간 일베는 '특수한 남성들'이 아니다. 마치 미국의 트럼프가 그렇듯이, 이들은 지지를 얻기 위해 어릿광대짓을 서슴지 않았을 뿐이다. 몰락한 백인 남성 노동자의 지지가 없었다면 트럼프도 없었듯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한국 남성'이 없다면 일베도 없다. 일베는 이런 '한국 남성'을 대표한다고 자처하기에 당당히 강남역에 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이택광 교수는 "강남역 살인 사건은 한국에서 여성이 소수약자라는 사실을 증명한 계기였고, 일베는 이 진실을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여성은 여전히 한국에서 소수약자이다. 소수약자는 소수약자이기에 다른 소수약자와 연대함으로써 '여혐'의 구조를 타파하고 한국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정치적 주체"라고 전했습니다.




노성훈 경찰대학 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을 두고 "범죄사각지대로부터 느닷없이 허를 찔린 사건이자 우리나라에서 여성으로 살면서 지불해야 하는 '위험비용'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이어 노성훈 교수는 경찰청이 발표한 위험공간(핫스팟) 관리 중심의 치안대책에 관해 설명한 뒤 "위험공간 중심 범죄예방대책들을 통해 실효성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체계적인 접근과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인력과 예산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올해 초부터 선제적 범죄대응과 전문성 향상을 위해 전국 11개 경찰서에 ‘범죄예방전담팀’을 운영하고 있지만 담당인력이 1-3명 정도의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끝으로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원 권익안전실장은 여성안전정책에 관한 해외입법사례를 소개했습니다. 미국 중앙정부 차원에서 여성 혐오 범죄에 대한 방지 법안을 제정한 '여성에 대한 폭력방지법'이나, FBI사이트에서 혐오 범죄에 대한 통계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 법안 등입니다.


장미혜 실장은 "사후발생에 대한 대책보다는 사전예방을 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과 인식개선이 중요하다"면서 여성폭력교육 시 폭력 감수성에 관한 내용을 넣고 비상시 대처요령 및 호신용 장비 지급 방안 등을 언급했습니다.


▲ 트위터 화면 캡처



대검찰청 <범죄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살인·강도·강간·방화·폭력 등 5대 강력범죄 가운데 폭력을 뺀 흉악한 강력범죄 피해자 3만 4126명 가운데 2만 8920명, 84.7%가 여성일 정도로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피곤함을 넘어 위태로운 일입니다.


'범죄의 정치화'에 반대한다는 정치권에서 어떤 실효적인 방안을 내놓을 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김임수 에디터 rock@featuring.co.kr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