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 한센인 살인사건, 끊이지 않는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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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 한센인 살인사건, 끊이지 않는 비극
  • 박민정
  • 승인 2016.08.09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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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쳐


소록도 한센인 거주 시설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한센인 남녀 2명이 숨졌고 용의자도 자해를 시도해 중태에 빠졌습니다.


9일 오전 4시 45분경 전남 고흥군 도양읍 소록도 한센인 마을에서 천 아무개 씨(65)와 최 아무개 씨(여·60)가 주민 오 아무개 씨(68)가 휘두른 칼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들 모두는 한센인 마을에 거주하는 한센인으로 1층 단독 주택에서 각각 수년간 홀로 거주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오 씨는 천 씨의 집을 먼저 찾아가 그를 살해하고 이어 인근 최 씨의 집에서 또 한 번 칼을 휘둘러 두 명을 살해했습니다.


소록도에는 1개의 치안센터가 있지만 근무자가 없어 사실상 경찰력은 공백상태였습니다.


이후 오 씨는 곧바로 자해를 시도했고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경찰은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는 주민 진술을 토대로 오 씨가 이들 남녀를 살해하고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입니다.


▲ 출처=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쳐


이번 사건이 발생한 소록도는 한센인(나환자)들이 모여 살고 있는 곳입니다.


1916년 조선의 한센인 6000명은 소록도에 강제수용 됐고 그 후부터 격리된 생활을 해왔습니다.


이후 1944년 항생제가 개발돼 3개월만 치료하면 완치가 되지만 격리한 한센인들은 오랜 시간 고통받으며 살아왔습니다.


강제수용, 강제노동, 강제낙태, 신사참배 등 광범위한 인권침해가 발생했고 최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끔찍한 비밀이 공개돼기도 했습니다.


"가마솥에다 사람을 삶았어요. 고았어요. 사람을 갖다가 그렇게 삶아가지고 뼈만 추려가지고 연구하려고"


"사람을 부위 별로 잘라서 유리병에 넣어 놓은 것도 있었다고요"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사람의 인체를 표본으로 만들어 유리병 안에 담아 보관했다는 사실입니다.


제작진이 입수한 사진 속 유리병 수는 총 122개로 출생이 임박한 태아 표본도 있었습니다.


▲ 출처=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쳐


'한센병이 유전된다'며 일제 강점기에는 강제낙태수술, 정관수술이 자행됐는데 과학적으로 부정됐음에도 불구하고 광복 이후 그것도 1990년대 중반까지 은밀하게 이어져왔다는 사실도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아이들이 태어났고 이들은 또 다른 비극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한센인 2세라는 이유로 부모와 분리돼 해외에 입양되기도 했습니다.


전 UN대사는 "정부관계자가 한센인 2세들을 모두 데려가라"고 했다는 증언은 충격적이었습니다.


▲ 출처=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쳐


또한 입양되지 못한 아이들은 전국의 보육 시설에 강제로 맡겨져 강제 노역에 동원되거나 구타로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아픔을 가지고 있는 소록도는 현재 530여명의 한센인들이 남아 생활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경증 환자로 병을 옮길 수 있는 양성 환자는 9명뿐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한센인들에 대한 편견에 이들은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도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박민정 에디터 pop@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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