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만만 우병우,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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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만만 우병우, 잡을 수 있을까.
  • 성기노
  • 승인 2016.12.22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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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청문회에 출석한 우병우 민정수석은 예상보다 훨씬 강하고 두터웠다. 의원들이 제기한 모든 의혹에 대해모른다 답변으로 일관했지만, 질의자들이 제대로 증거를 들이대지 못하고 호통만 치는 안타까운 상황만 반복됐다. 우병우는 청문회가 절반을 넘어서자 점차 안정을 찾았고 가끔 웃음을 흘리는 상당히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예상보다 질의가 같지 않다 표정으로 핵심 없는 질의를 여유있게 받아넘기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향후 탄핵 심판도 쉽지 않을 같다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아직 특검의 수사가 본격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지만 우병우의 현재 답변 태도나 대응자세로 상당한 물적 증거와 정황 증거 없이는 우병우를 엮기는 어려워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의 가족 비리 대형사건을 많이 경험해 우병우는 의원들의 질의와 배경 핵심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고 모범답안을 내놓았다.


특히 최순실 관련 부분에 대해서는 그동안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했는지를 엿볼 있는 대목이었다. 우병우는 최순실을 아느냐는 질문에 대해현재도 모른다 정도로 일관되게 잡아떼고 있다. 최순실을 개인적으로도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 보기 답답했던 네티즌이 우병우 아들이 최순실이 부원장으로 재직하던 2000 초이유치원 졸업사진에 찍힌 것을 증거로 보내주며 의원들을 독려하기도 했지만 직접 증거로는 역부족이었다. 우병우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보고받지 못했다 전부 빠져나갔고 청와대 재직시 작성한 업무일지도 보안상 파쇄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그대로 의혹만 부채질하는 형국이 버렸다.


우병우의 철벽방어는 지난 2014 정윤회 국정농단 문건폭로 사건 당시 정윤회의 배우자인 최순실의 존재를정윤회의 부인 정도로처음 알았다고 할 정도로 완벽했. 특히 최순실이 최태민이 딸이라는 사실은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민정수석의 1 임무는 대통령 관련 주변인사들에 대한 비리 첩보 수집이다. 최순실을 몰랐다는 것은 매일 빵을 파는 사람이 빵이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다고 대답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에디터도 기자 재직 시절 청와대 민정의 검찰 경찰 파견 관계자들을 자주 접했다. 그들의 일상적 일은취재원 접촉하며찌라시 떠도는 미확인 사실들을 확인 체크하는 것이다. 2014 당시 정윤회 최순실은 찌라시의 가장 부분을 차지하는 그대로 이슈였다. 더구나 우병우는 검찰 범죄정보기획관까지 역임한 있다. ‘범정팀은 고위층의 비리뿐만 아니라 정치인들의 비리 첩보까지 거의 내사수준으로 확인한 검찰총장에게 직보하게 있다. 범정팀 관계자들의 일상은 각종 찌라시를 분석, 확인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찌라시는 일의 주요 터전이자 텍스트다. 그런 시중의 소문이나 첩보를 일상적으로 접하는 범정까지 거친 우병우가지하세계 떠도는 소문이나 루머를 모른다고 하는 것은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합리적 의심을 해본들, 그것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규명과는 거리가 멀다는 데 문제가 있다. 우병우를 엮기 위해서는 그가 최순실 주변인사들을 직접 접촉한 정황이 있거나, 그에게 보고한 문서, 또는 전화녹취같은 직접 증거가 있어야만 한다. 현재 청문회의 질의 응답 수준으로는 우병우에게 오히려 면죄부를 주는 꼴이 수도 있다. 최순실측도 우병우의 답변을 보며 상당한 자신감을 얻을 있다. 박근혜 대통령 또한 우병우의 청문회 대응태도를 바로미터로 삼을 있다. 우병우를 윽박 지르면 당장 국민들의 마음을 후련하게 하는 마취효과는 있겠지만, 우병우와 최순실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은 그런 의미없는 펀치에 내성이 생겨 더욱 공고한 수비벽을 쌓을 있다. 여론도 청문회나 특검 과정에서 이상 강펀치가 나오지 않을 경우 점점 식을 가능성도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최순실을 잡는 것보다 우병우를 먼저 잡아야 한다. 오늘 그의 답변 태도나 대응방식을 국민들은 대부분보통이 아니다 혀를 내둘렀다. 전직 대통령의 계급장을 정도의 깡을 가진 사람이 우병우다. 얼음장보다 차가운 그의 눈매와 얇은 입술을 보면서, 얼음보다도 차가운 국민들의 이성적인 태도와 판단력이 무서운 싸움을 승리로 이끌 있을 것이다. 앞으로 결정적인 '스모킹 건'이 나오지 않는 이상, 우병우는 오늘 일단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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