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궤적이 급변침 당시 세월호에서 떨어진 컨테이너일 수도 있다는 지적에 자로는 “컨테이너는 레이더 반사면적이 작아서 사실상 레이더 감지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자로와 함께 해당 영상을 분석했다는 김관묵 이화여대 나노과학부 교수는 “레이더에 잡힐 수 있는 건 쇠붙이인데 이 정도로 잡히려면 상당한 크기여야 한다. 잠수함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로는 “사고 당시 국방부는 사고해역 수심이 37m밖에 안 돼 잠수함이 다닐 수 없다고 반박했지만 수심이 표시된 해도 위에 세월호 레이더 영상을 겹치면 사고가 난 곳의 수심은 50m다”라고 지적했다.
사고 당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실에서 일한 한 보좌관은 “해경이 미군 부대와 교신한 녹취록 속에 사고 해역이 항시적으로 잠수함이 다니는 길목이 맞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자로의 지적을 뒷받침했다. 자로는 “보안상 이유로 밝히지 않는 군 레이더 영상을 공개해야 사고의 원인이 제대로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하며 "강력한 권한을 지닌 세월호 특조위를 부활시켜 제대로 된 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잠수함 충돌설은 사고 초기부터 나오긴 했다. 세월호의 선수 부분이 긁힌 자국이 있는데 이것이 잠수함과의 충돌 때문에 때문에 생긴 스크래치일 가능성이 제기됐었다. 이밖에 고 박수현 군이 촬영한 사진에도 잠수함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는 추측이 있었다. 만약 세월호가 잠수함과 충돌했다면 그것은 사고일까, 아니면 고의로 했던 것일까. 이 부분 또한 상당히 미묘하다. 일부 네티즌들은 잠수함 충돌일 경우 한미간의 ‘공조’ 아래 고의로 세월호를 침몰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세월호같이 대형 여객선일 경우 원자력잠수함급의 대형이 아니면 침몰시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에서 나온다. 우리나라가 원자력잠수함을 보유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의 관련설이 나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사고 당시 박근혜 정권은 대선 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등으로 상당히 골치가 아플 때였다. 그런 정국을 일시에 뒤집을 수 있는 반전카드가 필요했다는 것이 고의 충돌설의 한 축이다. 천안함 사건 때도 그랬지만 서해안은 중국 미국 등의 잠수함이 수시로 드나들며 치열한 첩보전을 벌이고 있는 해역으로 유명하다. 이런 점에서 꼭 고의가 아니더라도 잠수함 충돌설은 그리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반론도 있다. 아무리 큰 잠수함이라도 고의로 대형 여객선과 충돌한다면 그 잠수함도 상당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그런 위험성까지 감수하면서 굳이 대형 여객선을 들이받을 필요성이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레이더에 나타난 빨간색 물체가 여전히 컨테이너의 긴 흔적이라는 '해석'상의 차이도 존재한다.
하지만 자로는 세월호가 과적이나 운전미숙에 따라 침몰했다는 세상의 편견을 깨고 진실을 다시 한번 찾아보자는 뜻에서 동영상을 만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미 합동수사본부의 조사는 끝이 났다. 정부의 공식적인 조사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를 뒤집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진실이 침몰했다면, 그것을 반드시 인양해야만 한다. 304명 희생자의 이름으로.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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