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조만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주거지를 옮긴다고 한다. 집무실은 이보다 빠른 이달 말쯤 옮기게 되면서 엘리베이터만 타면 출.퇴근을 할 수 있는 재벌 총수가 됐다.
최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은 오는 7월 20일을 전후해 집무실을 소공동 롯데 본사 26층에서 잠실에 있는 롯데월드타워 18층 프라임 오피스 구역으로 옮길 예정이다. 이르면 다음 달 주거지도 지금의 종로구 평창동 롯데캐슬에서 월드타워 42~71층에 위치한 ‘시그니엘 레지던스’(호텔 서비스 가능한 고급 오피스텔)로 옮길 예정이다.
신 회장이 입주할 곳은 레지던스 최상층이자 복층 구조로 이뤄진 70~71층으로 알려졌다. 70~71층에는 복층 구조의 초대형 레지던스 세 가구가 들어서는데, 신 회장은 이 중 가장 큰 곳인 1168㎡(약 350평) 공간에 입주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레지던스의 평당 평균가가 7000만~8000만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시가만 28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는 현재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의 집무실 겸 주거공간에 머무르고 있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거처도 월드타워 내에 마련할 예정이지만 95세의 고령이 그가 이 곳으로 이주할지는 미지수다.
월드타워 내 신 총괄회장의 거처는 108~114층에 조성된 최고급 오피스 공간(프리미어 7)의 꼭대기층이 될 전망이다. 이곳은 신 회장의 주거지인 70~71층보다는 면적이 약간 작은 825㎡(약 250평) 규모라고 롯데물산은 설명했다.
그런데 풍수지리를 ‘신봉’하는 사람들은 고층에 사는 것이 지기와 너무 떨어져 개인의 건강에도 좋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풍수에서 특히 중요한 것이 수맥인데 이것이 지하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일종의 땅의 ‘파장’인데 높은 곳까지 가는 과정에서 그 기가 좁아지고 날카로워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지기를 잘 받지 못하면 류마티스 우울증 불면증 등 각종 현대병에 노출될 위험이 많다는 것이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16층 이상 고층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5층 이하 저층아파트 거주자보다 병원에 가는 횟수가 2배 이상 많다는 결과도 있다고 한다. 일본 도카이대 의학부의 연구결과는 이보다 더 충격적이다. 1~2층에 사는 임산부의 유산율이 8.9%인데 반해 10층 이상에서는 19.4%까지 2배 이상 높아졌다는 것이다. 나무도 4~5층 높이를 넘어 자라지 않는다. 고층에 사는 것이 더 공격적이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것이 외국 동물실험에서도 입증된 적도 있다고 한다.
이렇듯 고층에 사는 데 있어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다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많다. 최고의 뷰를 보장받지만 그에 따른 ‘스트레스’도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롯데가 야심차게 지어올린 월드타워는 123층에 555m에 이른다. 70층이면 300m쯤 되는 것 같다. 생각만 해도 아찔한 높이인데 그곳에서 평안하게 잠들 수 있는 것도 신기하다. 물론 날마다 최고급호텔에서 잔다는 호사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신동빈 롯데 회장이 평창동 롯데캐슬에 살다가 월드타워 70층으로 이사하는 것에는 다른 이유도 있을 듯하다. 영국 런던의 고층아파트 화재사고로 고층에 사는 공포감이 조금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아무리 첨단 빌딩이라고 하더라도 화재나 자연재해에 따른 사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점들을 깨끗이 불식시키기 위해 '오너'가 직접 사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일종의 '개런티 마케팅'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 입주민들에게도 신뢰를 줄 수 있는 일석이조의 방법인 것 같다.
성기노 에디터 trot@featuring.co.kr